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막 해가 저물 무렵에 전화가 걸려 왔다.
"네 어머니, 전화하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승우야.. 내 우짜노.. 이를 우얄꼬.. 이를 우짜면 좋노.."
전화 너머로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울음이 섞여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떨리는 오른손을 꽉 잡고 그녀를 달래며 재차 물었다.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아ㄴ..ㅣ 나는 네가 일절 그..런 말을 흡 한 적이 흑 없는데.. 큰 일인가 싶어가.. 내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요? 다시 잘 말씀 좀 해보세요."
흡, 끅..흑.
침착히 상황을 살피려 했지만 그녀의 멈출 줄 모르는 눈물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얼핏 들리기에, 평소 화 한 번 내본 적 없던 아버지가 그녀를 향해 거친 말을 퍼붓고 있었고, 쨍그랑 깽깽하는 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승우는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소란이 집 안에도 일어난 것만 같아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가장 평온하기로 이름난 집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크고 무서운 소리였다.
다리를 달달 떨며 어머니가 숨을 고르길 기다렸다. 마음은 단숨에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 점심시간이었으며, 몇 분 뒤면 있을 사업 프로젝트 발표에서 총괄을 맡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또 평일 낮, 강남권에서의 운전은 거의 죽음 행위나 다름없다 생각했다. 그녀의 떨림이 느껴졌음에도 고작 월급쟁이일 뿐인 승우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가지 못하는 쪽을 택했다.
첫 문장 출처: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