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
결핍과 연민을 알아채다
학교에서 식물이 씨앗에서 싹트고 자라며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씨가 되는 과정, 식물의 한살이를 배웠다. 홀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노란 민들레를 보았다. 자연은 기본 원리가 있구나.
"기본만 해라."
"적당히 하면 돼."
사회라는 현실 세계로 나와서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타인을 마주하면서 '기본'은 참 어렵고, '적당히'는 도대체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인간은 타고난 본성이 있다. 자신이 태어난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신의 약한 모습은 숨기고 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직업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유리했다. 세월이 지나 목표에 가까워지려 하니 약함이 내 안에서 그 존재성을 크게 드러낸다. 내 약함은 그것이었다. 애정 결핍과 연민의 심연에 빠져 있는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부모와 분리되지 못하고 전통적인 관습과 역할에 얽매여 있었다. 차별받고 자란 기억은 내가 경제적으로 잘 살면 부모가 나에게 애정이 커질까 하고 무의식적으로 바란 게 아닐까.
엄마 삶에서 생겨난 한탄과 원망은 매번 딸인 나에게 향하였다. 내가 엄마를 이해하길 원했고 연민을 확장시켰다. 날카로운 느낌표.
"내가 너 아니면 누구한테 말하겠니!"
내 목을 옥죄인 쇠사슬, 내가 갇힌 곳은 가족이라는 책임으로 둘러싸인 감옥.
인간의 한살이는 생로병사이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 원리인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인간은 혼자이고, 진실된 자아는 자신만의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가 유일하게 소홀했던 나 자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