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뭐
일탈을 좀 해볼 걸 그랬다
일탈[逸脫]. 명사. 1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2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두 달 전부터 동네 미술 학원에서 어반스케치를 배우고 있다.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습 학원인데, 그 건물 1층 슈퍼마켓에 오고 가며 3층 미술학원 간판을 눈여겨봤었다. 망설이며 주저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어느 날 학원 전화번호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오고서도 일주일을 넘겼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상담 전화를 했다. 자진하여 무언가를 배우겠다고 한지 까마득해서 그런 내가 낯설다. 다행히 목요일 오전에 성인반 클래스가 딱 하나 있었다.
"살면서 일탈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으시죠?"
두 번째 미술 수업이다. 내가 엄지와 검지로 연필을 똑바로 쥐고 도화지에 풍경사진의 나뭇잎을 그릴 때였다. 미술 선생님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몇 년 전 어떤 모임에서도 들은 말이다.
잠시 내 인생의 일탈을 생각해 본다.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다. 깜깜한 어둠에 친구와 함께 서 있었다. 담벼락을 사이에 둔 분식집 사장님과 은밀한 거래. 내 손에는 김이 펄펄 나는 핫도그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케첩만 뿌려진, 친구는 설탕과 케첩. 굉장히 맛있는 핫도그였다.
그림에서 선이 너무 똑바르고 딱딱해요. 선이 비뚤어지거나 선끼리 서로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너무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지 마세요. 망치면 어때요? 다음에 또 그리면 되는데요. 예쁘게 그리는 것이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은 자연스러워야 해요. 힘을 빼 보세요.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리 상담을 받은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사회에서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나 목적보다 중산층이 되고 싶은 욕망을 향한 부등호가 더 컸다.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꿈꿀 수 있는 것은 그저 평균의 경제 수준이었다. 절약하고 저축하고, 최선을 다해서 능력을 키워야 평균이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나 가정생활에서 완벽하고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성취와 관련하여 개인의 지위가 평가되는 경향이 크다. 매년 대한민국 가구 30대, 40대, 50대 등 평균 자산 통계가 뉴스에 나온다. 중간에 못 미치는 자괴감, 중간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중간을 넘어선 비교 우위. 성취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고 끝없는 욕망과 경쟁이 뒤따른다.
경제적 자유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상처받는다.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신에 대한 신념과 주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쉬면서 여유롭게 인생을 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