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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환 Dec 27. 2018

10. 이라크, 그린존 (5)

[ SATCOM에서 전송, 예상 교전 지점을 표시했다. ]


사령부 쪽에서 적을 격멸하기 위한 Kill Zone을 표시해 주었으나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서게 놔두고 안쪽으로 끌고 들어오긴 해야 했다. 저놈들을 추적하기 위해 미군 측에서 드론을 요란하게 써댔으니 유인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국경 근처에서 교전이 벌어졌다가는 이란 국경 수비대를 자극해서 소규모 국지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 점이 이 작전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작전 종심인 Ahmad awah 마을이 국경에 너무 붙어 있는 게 문제였다.


[ 아이린에서 전송, 센트럴. 부가 임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다. ]


OPCOM 사령부는 왜 CIA 측의 의견을 묵살하는 걸까... 노딩턴 대위는 아무래도 그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았다. 작전 중간에 불쑥 그들이 끼어들 여지도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부가 임무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명확한 대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최종 임무 편성에서 제외가 되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 센트럴이다. 해당 임무는 현재 유효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추정 정보에 불구하다. ]

[ 확인, 아이린. 그럼 OPCOM의 임무는 변경될 수 있는가? ]


예상대로 침묵이 돌아왔다. 상층부에서부터 조율이 안되고 있는 작전... 마이크 선을 뽑아 버리고 싶었지만 작전 돌입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노딩턴 대위는 잠시 다른 전술 그룹들을 살펴봤다. 작전 지역에 제일 근접한 그린팀은 루 중위의 경로 지정에 따라 적의 예상 경로에 점점 다가서고 있었고 A-10 은 작전 지역에서 남쪽으로 3분 거리에서 대기 중이었다. 제 1 라인 외에 후위에서 누가 그물을 치고 있는지 궁금하여 ATCS에 조회해 보니 뜻밖에도 OPCOM-A 소속의 CSAR 팀이 대기 중이었다. 전투가 치밀해질 거라 생각한 걸까...? 기동 타격대로 알고 있는 161 BCT와 CSAR 팀이 대기 중인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노딩턴 대위는 자꾸만 머릿속에서 닥터 왓슨의 걱정 어린 당부가 떠올랐다.


[ 센트럴에서 전송, 아이린 팀에게 할당된 임무는 적 세력 포착 및 격멸이다. 이는 HIGHCOM과 센트럴의 결정 사항이다. 이상. ]

[ 아이린, 확인. K-64의 역할은 무엇인가? ]

[ K-64는 현 작전에 대한 정보 평가 및 분석, 자료 제공의 역할을 맡는다. ]

[ 아이린, 확인. 현 임무에서 예상되는 부가 임무의 패키지 내역은 확인되었는가? ]

[ 센트럴이다, 확인 대기 중. 답을 곧 내려 주겠다. 이상. ]


윌리엄 터너 박사의 생사가 결정 나겠군... 노딩턴 대위는 부디 사령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랐다. 정찰 드론이 보내준 영상에서는 5대의 픽업트럭 그룹이 맹렬히 이라크 국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 안에 박사와 장난감 상자가 모두 있는 셈이었다. CIA와 사령부 쪽에서도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있었고 전파, 적외선, 감청 등의 정찰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된 평가가 걸려 나오지 않고 있었다.


'CIA 놈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OPCOM 채널로 계속 말을 던지고 있었고 그런 공용 통신 채널이기 때문에 K-64 또한 이 통신을 듣고 있을 것이다. 이런데도 잠잠하다면 상층부의 저 말이 맞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잠자코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적은 코앞에 있는데 자꾸 생각만 많아졌다. 노딩턴 대위는 이 방향으로의 생각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국경으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벅찰 테니까...


[ 아이린에서 전달, 목표물 알파가 Grid A를 넘어섰다. 공몰이를 시작한다. ]

[ 아이린 1-2, 그린팀의 위치를 경계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


국경 근처에서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이라크 국경 수비대 병력은 몽땅 철수시킨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라크 국경의 병력 배치도가 뻥 뚫려 보였다. 그 구멍으로 픽업트럭 떼거리가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고산 지대라서 운신의 폭이 좁은 터라 역시 적들은 예상 이동 지점으로 표시했던 평지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위태롭게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노딩턴 대위는 국경으로부터 2km 단위로 경계선을 설정했었다.


OPCOM에서 예상한 교점 지점은 국경으로부터 20km 안쪽에 형성해 놓았으나 지원 병력들과의 연계를 위해 좀 더 안쪽인 25km까지 끌어들여야 했다. 그래서 노딩턴 대위는 적이 자꾸 이상하게 도망가려고 할 때 트럭 하나씩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적의 격멸도 중요하지만 어떤 적인지 판별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상층부에서는 무조건 격멸을 요구했지만 전술적 우위 상태에서의 정보 습득도 하기로 결정했다.


[ 센트럴이다. 작전을 승인한다. 모든 TAC 그룹들에게 전달, 작전명 기요틴 시행, 기요틴 시행. 이상. ]


작전 개시와 함께 ATCS에 새로운 공격 개시선이 설정되었다. 키르쿠크를 경계로 하는 공격 개시선은 아무래도 군사적인 입장보다는 정치적인 면이 우선된 결정 같았지만 이라크 내륙에서 펼쳐지는 군사작전이 길게 끄는 것이 좋을 리는 없었다. 작전 개시부터 작전 종료까지 4시간이 설정되었고 최초 조우는 15분이 남았다. 이 시간 동안 노딩턴 대위는 근접 촬영을 시도해 적의 얼굴을 찍어볼 결심을 했다. 평지로 접어들면 속도를 올릴 테고 그때엔 쫓아가기 바쁠 것이다.


[ 아이린에서 SATCOM으로. 적의 얼굴을 찍어 보겠다. ]

[ SATCOM, 확인. 대기 중. ]


드론의 영상에 픽업트럭들이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음성 통신을 하지 않아 육성 분석은 할 수 없었으니 누군지 보려면 얼굴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 터너 박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시도해야 하는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 성공, 아이린에서 전달, 적의 얼굴을 확보했다. ]

[ K-64입니다. 영상 분석은 저희 쪽에서 담당하겠습니다. 이상. ]


다시 CIA 친구들이 등장했다. 역시 잠자코 숨어 있다가 낚아채듯 등장하는 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었지만 OPCOM의 일원이니 맡길 수밖에. 그린팀과 적들은 이제 나란히 달려가고 있었다. 루 중위는 양떼몰이를 하듯 신중하게 적들과 그린팀의 간격을 유지했다. 눈이 좋은 친구들이라면 그린팀이 따라오고 있음을 알게 될 거고 그에 따라 경로를 설정할 것이다. 그린팀은 그들을 예정된 경로로 몰아넣는 늑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 역할에 딱 맞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다.


[ SATCOM에서 전달, KZ-A 지점까지 7.5Km 남았다. ]

[ 아이린에서 센트럴로. 제거 목표를 지정해 주십시오. ]


적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알게 될 A 지점을 앞두고 노딩턴 대위는 5대 중 어떤 녀석을 날려 버릴지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상층부에 보냈다. 드론을 계속 운용해 윌리엄 터너 박사를 찾았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때문에 표적 결정은 신중해야 했다. 노딩턴 대위는 그동안 A-10 편대의 경로를 재편성해서 공격에 용이한 방향으로 접근하도록 설정해 놓았다.


[ 아이린 1-2 가 1-1에게. 그린팀이 통신을 요청합니다. 데이터 링크 D-34 개설. ]

[ 이봐, 대장! 진척 상황 좀 알려줘! 달려가기만 하는데 어디서 낚아챌 생각인가? ]

[ 아무리 멀리 가도 키르쿠크 부근까지만 달릴 겁니다. 물론 그전에 다 날려버릴 계획으로 짜두었습니다. ]

[ 날린다고? 확실한가? ]

[ 네, 위쪽에서는 그걸 원하네요. 아무래도 물건 회수보다는 파괴가 더 끌리나 모양입니다. ]

[ 일 참 편하게 하려는 사람 들이로구먼... 아까 국경 넘을 때 지켜봤는데 이놈들은 프로야. 흐트러짐 없이 쭉 달려오고 있다네. ]

[ 음, 그거 특이하군요. 그쪽에서도 알아챘을 텐데 요란하게 굴지 않덥니까? ]

[ 없어. 달려오기만 하고 있네. 솔직히 낚아챌 자신은 없구먼. 우리가 부족해. ]

[ 알겠습니다. 하늘에서 공격할 테니 판정 좀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 ]


현장에서 지켜본 그린팀의 의견은 의미심장했다. Ahmad awah 부근은 높은 산맥과 이라크에 얼마 되지 않는 산림이 무성한 지역이었다.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길은 개척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었다. 원래부터 군사용 도로였지만 이란-이라크 간의 무역이 증진됨에 따라 이 길을 통해 왕래하는 차량들도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산맥 하나만 넘으면 곧바로 평지와 맞닿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디로 잠입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늘에서 감시할 수 있는 영역도 적어서 그린팀의 관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로 넘어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직은 적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 K-64 가 센트럴에게. 놈들이 이란에 체류하고 있을 때 했던 통화를 감청했었습니다. 분석 결과를 전송합니다. ]


통화라... 국경을 넘어온 이래로 계속 전파 감시를 실시하고 있었지만 놈들은 전화는커녕 무전기도 안 켜놓고 있는 것 같았다. 전혀 통신이 없는 상태로 저렇게 5대의 트럭이 고속으로 나란히 달려 내려오고 있는 걸 보자니 노딩턴 대위는 전투 상황이 우려되었다. 수준급의 운전 솜씨였고 훈련을 받아야만 저런 운전을 할 수 있었다. 통신이 없다는 건 이미 가야 할 곳과 가는 길을 숙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상황이었고...


그린팀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지만 폭격으로 저놈들이 안 멈출 것을 대비해 지상 작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루 중위가 작성한 작전 계획 파일을 불러와 화면에 띄워두고 검토를 시작했다. 루 중위가 세워둔 정찰 경로는 지상의 도로를 염두해서 세밀하게 조정된 10개의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목적지는 서로 다르지만 최종 목적지는 모두 북쪽을 넘는 것으로 끝나 있었다. 노딩턴 대위는 그중 선택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온 3개의 경로를 모두 감시할 수 있도록 드론 이동 경로와 항공 지원 병력의 경로를 조정했다. 공중에서 밀착한 것처럼 지상에서도 언제든 명령만 나오면 적들과 충돌할 수 있도록 각자의 이동 경로가 거의 겹쳐 있었다.


[ 센트럴이 SATCOM에게, 적의 차량 그룹 중 2번째 차량을 예의 주시하라. 분석 결과 부가 임무의 패키지가 저 차량에 구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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