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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환 Oct 01. 2019

11. 이라크, 그린존 (6)

이란을 거쳐 지나갈 동안 격추된 미군의 드론은 단지 멍청하게 격추됨으로써 위치를 알리는 등대 같은 역할을 위해 거듭 보내진  아니다. 격추당하긴 했지만 드론을 통해 미군은 차량   스펙트럼 영상 자료와 음성 통화 음원을 따내는  성공했다. 이러한 첩보 데이터는 CIA NSA 보내어져 각각 독립된 데이터 분석 클러스터링 집합체로 모든 측면에서 분석되었다. 고해상도 열원  분석은 1 프레임, 1픽셀 단위로 분해되어 열원 변화를 검사했고 통화 음원은 무수한 음원 선명화 알고리즘을 거쳐 원본에서는 전혀  들렸던 소리가 주파수 별로 몽땅 추출되었다.


 분석 과정에  인간이 끼어드는 경우는 없었다. 모든 계산과 판단은 MilNet 최신 자료와 분석관이 설계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분석되었고 평가가 매겨졌다. 인간은  정보를 토대로 그저 행동하면 되는 시대가 도래했고 점점  정보를 제공받는 간극이 짧아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이 그런 모습이었다. 아이린, 그린, 센트럴, 그리고 OPCOM 속한 모든 지휘 유닛들은 전선에서 습득한 정보의 진실됨과 가치를 동시간에 전송하고 받아볼  있었다.


[ 아이린, 센트럴에서 전송. 타격 목표를 전송한다. ]


ATCS에 마침내 타격을 가할 목표가 붉은 원으로 표시되었다. 작전의 양상은 이제 정찰 / 정보 습득에서 전투 통제 / 평가로 순식간에  바뀌었고 노딩턴 대위와 루 중위가 세워둔 교전 시나리오가 전술 데이터로 입력되어 지도에 표시되었다. 노딩턴 대위는 자연스럽게 전투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헌터가 되었고 루 중위는 그린팀에게 교전 상황을 근접 지원하는 킬러를 맡게 되었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본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다.


[ 아이린 1-2가 그린팀에게, 좌표 N23.33 - E134.7. 알파 지점이며 충돌 예상 지점입니다. 진행방향으로 북쪽 2km 전방의 평지이며 서쪽과 북쪽으로 계속 평지입니다. 시속 55km 속도로 완만하게 접근하십시오. 적극적으로 교전하기보다는 저들의 행렬에서  공격조와 이동조를 가려낼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적의 그룹이 분리될 경우 좌표 N23.28 - E132-2, 베타 지점으로 후퇴하십시오. ]

[ 그린팀, 알겠네. 총을 쏘고 화를 나게 해서 유인한 다음 서쪽으로 냅다 도망쳐라 이거지? ]

[ ... 아이린 1-2, 확인. ]


배짱 좋은, 아니... 전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본 사람들 특유의 정신을 가진 그린팀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없어도 되는 전장에 임하고 있었다. 지휘 통제에 있어 간결함과 냉정함은 기본으로 지녀야 할 바탕이었고 그런 면이 전장에서 겪게 되는 극한의 상황을 버티게 해 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노딩턴 대위나 루 중위는 군복을 처음 입었을 때부터 전장 관리와 통제에 대한 훈련을 받아온 지휘 통제관이었고 그렇기에 그런 바탕을 어느 누구보다 강하게 익혀 왔었다.


지휘관이기에  더 냉정해야 했고 지휘관이었기에 전장 상황에서 더 절제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군 체계는 지금 같이 민간인이 군인처럼 전투에도 참여하는 시대에는 지켜지기 힘들었다. 그린팀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였고 루 중위는 그런 시대에 적응하는 군인의 징표와도 같았다. 어느 누가 전투 상황에 저런 기개를 자랑하겠는가...? 또 전투 상황이 코앞에 닥친 지금 같은 상황에 저렇게 느긋할 수 있을까?


[ 아이린 1-2가 그린팀에게. 알파 지점까지 1km 남았다. ]

[ 거기 가면 뭐 하라고? 총 들고 검문 설까? ]

[ 아이린 1-2, 알파 지점에서 대기하며 관측 상황을 유지하라, 현장 정보가 필요하다. ]

[ 쌍안경으로 어느 길로 가는지 보고 있지. 확인. ]


 중위는 교신을 끝내며 노딩턴 대위에게 눈짓을 했다. 노딩턴 대위는 즉시 알파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타격 편대를 확인했다. 흑해에서 배회 중이던 FA-18 편대가 슬금슬금 올라와 Samarra 부근 상공에서 대기 중이었고 폭격에 알맞은 무장을 탑재하고 있었다. 레이저 조준을 지상에서 하면 바로 헬파이어 미사일의 비를 내리게 하기로 하고 편대의 경로를 그린팀의 위치로 유도했다. 이런 결정은  중위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또한 OPCOM 사령부에서도 보고 있었고 ATCS 해당 경로 유도와 지상 작전에 대한  승인을 뜻하는 녹색 표시가 출력되었다.


[ 아이린 1-2, 그린 라이트. 그린 라이트. ]

[ 알겠네. 공격 유도는 누가 하나? ]

[ 그린팀, 레이저 마커를 이용해 목표 차량을 정확히 조준해달라. ]

[ 그전에 유인해야겠지? 달려가면서 조준도 하고? ]

[ 아이린 1-2, 확인. 부탁드립니다. ]


그린팀은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송신이 끊겼다. 실시간 드론 피드를 통해 보내지는 영상을 통해 그들의 대응이 적절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그린팀은 알파 지점에 있는 작은 둔덕에 트럭을 정차시켰다. 그린팀의 인원이 하차를 하고 안면 인식 기능을 통해  ,  명의 위치가 갱신되었다. 닥터 왓슨이 총을 등에 짊어진  쌍안경으로 달려가고 있는 차량 대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어떻게 적의 이목을 끌고 적을 분리시킬 것인가? 작전 개요까지 설명을 했지 실질적으로 적을 분열시킬 방법은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노딩턴 대위는 초조했다. 어떤 방법을 쓰지? 손이라도 흔들까? 그린팀은 영상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통신을 요청했다.


[ 그린팀이다. 이봐, 아이린. 적을 반드시 분리시켜야 하지? 그래야 폭격도 하고? ]

[ 아이린, 그렇다. 묘수가 있나? ]

[ 기다려봐. 우리가 팔루자에서 했던 우리만의 방식을 보여주지. ]


모래 둔덕에 삐딱하게 서 있는 상태로 무전을 하고 있는 닥터 왓슨은 묘한 여운이 담긴 말을 하고 다시 통신을 끊었다. 그리곤 뒤돌아서서 팀원들에게 무언가를 준비시켰다. 팀원들은 트럭 트렁크를 열고 뭔가를 꺼내는 것 같았다.


[ 아이린, 리퍼 1-1이다. 폭격 대기 중. ]

[ 아이린, 확인. 지상에서 양동 작전이 진행 중이다. 표적 확인 후 전달하겠다. 이상. ]

[ 리퍼 1-1, 확인. ]

[ SATCOM이다. 아이린, 그린팀이 하려는 전술 행동에 대해 확인이 가능한가? ]


노딩턴 대위는 잠시 항공관제를 위해 접어 두었던 드론 감시 영상을 서둘러 불러왔다. 화면 속의 그린팀은... 팀원 전원이 AT-4를 들고 있었다. 말이 대전차 로켓이지 영상을 통해 보니 흡사 군악대의 팡파르 합주단처럼 보였다. 입이 딱 벌어졌다.


[ 이봐, 아이린. 뭐라고 하지 마. 유인하려는 거야. ]

[ ... 아이린, 확인. ]


그린팀은 나란히 둔덕에 서서 달려가는 차량 행렬을 지켜보는 것처럼 한동안 서있다가 각자 조준 자세를 취했다. 아직 링크가 살아있는 로컬 통신망에서 그린팀의 왁자지껄한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그렇지... 대전차 로켓이 하나도 아니고 6개가 동시에 날아들면 어느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신호탄으로 장막을 친다거나 경고 사격을 가한다는 정통적인 방식만을 생각했던 군인 노딩턴은  생각도 못할 파격이었다.


[ 아이린, 준비됐나? ]

[ 아이린, 대기 중. ]

[ 그래, 시작하지. ]


닥터 왓슨은 교신을 끝냄과 동시에 명령을 내리며 발사를 개시했다. 6발의 위협적인 로켓이 불꽃 궤적을 그리며 달려가고 있는 차량 대열의 선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탄착 하며 요란하게 폭발했다. 폭발의 규모는 차량 대열에게 급제동을 걸게 만들며 어지럽게 정차시키는데 충분했고 루 중위의 작전대로 일단 적을 멈추게 만들었다. 팔루자 방법이란 게 이런 거였군.


[ 아이린, SATCOM에게. 적이 멈춰 섰다. 적이 멈춰 섰다. 이상. ]

[ SATCOM, 확인. 적 대열 정차. 적 대열 정차. ]


자, 그다음은 뭐냐... 그린팀은 어느새 로켓을 던져두고 경계 자세를 취한 채 관망 중이었다. 영상 속에서 적들은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 한동안 공격 방향을 확인할 생각도 못한 채 트럭 안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다. IED 가 터지면 미군들이 저렇게 행동하곤 했었다. 어지러워하다가 방향도 못 잡고 이내 정신을 차리면 총질하다가 도망가기 바빴다.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원래 폭탄 가지고 공격하던 친구들이 그 폭탄에 공격을 받으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


[ 아이린, 전체 전달. 적군이 분리되었다. 트럭 2대가 원대로부터 분리되었다. ]

[ 아이린 1-2 가 그린팀에게. 베타 포인트로 후퇴하라. 베타 포인트로 후퇴하라. ]


호송조와 공격조가 이제 구분되었다. 그린팀을 쫓을 사냥개는 2대의 트럭이었고 장난감 상자와 패키지를 실은 호송 조는 3대였다. 그린팀은  응답도 없이 트럭에 올라타고 지정된 베타 포인트 방향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멋지게 분리 작전은 성공이었다. 이제 적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뒤에 폭격으로 날려 버리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때였다.


[ 젠장, 공격받는다! ]


그린팀의 다급한 외침이 통신망에 울려 퍼졌다. 덜컹 거리는 트럭의 뒤꽁무니에서 불꽃이 번쩍 번쩍였다. 쫓아오는 2대의 트럭 천장이 열려 있고 거기서 적군이 경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린팀이 탄 트럭은 방탄 차량이니 경기관총의 사격엔 안전했지만 문제는 경기관총을 장비할 적군들이라면 무장 수준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그린팀, 회피 기동! 회피 기동! ]

[ 알아, 안다고! 이게 무슨 험비인 줄 알아! ]


험비도 그리 기민한 차량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엔 방탄 능력을 가진 스포츠카일 거다. 그린팀이  트럭은 IED 피폭당하는 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Cougar 였다. 안전성이나 방탄 성능은 탁월했지만 고기동이 문제였다. 빨리 달리려다 엔진이  받아 차가  뻗어 버리는게  차량의 특징이었고 지금 같은 상황엔 하등 도움  되는 빌어먹을 나쁜 점에 속했다.


게다가 따라오는 적군들은 GMC Sierra 였고 저런 '고가의 차량'은 일반적으로 반군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기동에 고속 주행... 거기에 경기관총 보다 더 한 화력이 더해지면 그린팀은 아무도 없는 이 사막에서 도움도 못 받고 불덩이가  되어 버릴 수 있었다. 험비라도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을 거다. 뒤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고속 기동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 폭격은 아직인가? 젠장, 저놈들 잘 쏜다고! ]

[ 그린팀, 베타 포인트까지 3km 남았습니다. 계속 달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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