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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환 Oct 01. 2019

12. 이라크, 그린존 (7)

상황이 격해지니 루 중위도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린팀이야 총알이 빗발치니 불이 붙었겠지만 최소한 호송팀의 시야 밖에서 폭격이 가해져야 했다. 다 보이는 곳에서 폭격을 가했다간 도로 아프간 국경으로 넘어가려 할지도 몰랐다. 안개나 구름 낀 날이라면  폭격을 조금 가까운 곳에서 가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불행히도 쾌청했다. 최소 20km는 떨어져야 했지만 베타 포인트를 언덕으로 돌아서는 지점에 배치해서 지형으로 폭격을 가려 버릴 계획이었다. 폭격이 완료되면 다시 그린팀에게 호송팀을 쫓아가게 한다. 부디 그린팀이 연료를 잘 챙겨 왔기를 바랄 뿐... 이동 예상 거리는 작전 상에서만 100km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 아이린 1-2 가 1-1에게. 공격 개시선 설정 요청. ]

[ 확인. 산출 중. ]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는 그린팀의 트럭으로 점점 검은 GMC 가 다가왔다. 또한 호송팀과의 거리도 경고 범위 경계 가장자리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그린팀의 방향을 돌릴 시점이 되었다. 노딩턴 대위는 그린팀의 이동 경로에 붉은색 공격선을 신중하게 2개 설정한다. 첫 번째 선에서는 A10의 30mm 공격을 시도하고 적이 돌파하면 FA-18의 공대지 미사일로 날리고 결정, ATCS에 갱신한다.


OPCOM과 대기 중이던 A10 지원 편대로부터 순차적으로 그린 라이트 사인이 떨어지자 이제 남은 건 설정한 대로 공격이 진행되는 걸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공격 개시선에 지원 편대로부터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이 역순으로 표시되자 통신망은 고요해진다. 루 중위는 5초 단위로 그린팀에게 A10의 도착 시간을 목청껏 외쳐되었다. GMC를 탄 적군은 닥터 왓슨이 평소 쓰던 말에 비유하면 '농담이 아닌' 거리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거리가 멀면 빗나갈 탄환도 가까우면 맞는다. 그리고 명중된다는 점에선 총이든 로켓이든 똑같이 적용되었다.


[ 리퍼 1-1, 어프로치. Danger close. ]

[ 확인, 아이린 1-2. Danger close. ]

[ 망할, 그린팀. 확인. Danger close. 조준 잘해! 이것들아! 빨간 마크가 적이야! ]


그린팀의  다급한 외침을 끝으로 통신 채널엔 SATCOM의 관제사와 A10 간의 상황 교신이 못 알아듣게 지글거리며 깔려 나온다. GMC는 남쪽에서부터 날아오는 A10을 발견한 듯 각 차량들이 산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장 A10의 불벼락이 지상에 짙은 먼지  구름을 만들었고 먼지 구름 속에서 폭발력과 물리 에너지가 가득 실린 30mm 대구경 포탄들이 작열하며 불꽃을 튀겨 되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GMC 들은 무력화 되었다. 불에 휩싸인 트럭들을 재차 A10이 폭격을 가했고 관성력에 의해 진행 방향으로 움직이던  트럭은 결국 완전히 멈춰 섰다.


[ 아이린 1-2, SATCOM에게. 공격 완료, 공격 완료. 적 차량은 완파된 상태로 추정. ]

[ 공격 판정 중. 그린팀의 상태는? ]

[ 먼지 좀 뒤집어 쓴 것 같지만 괜찮네. 이와 중인데도 트럭도 굴러갈 수 있고. ]

[ SATCOM 확인, 대기하라. ]

[ 아이린 1-2가 그린팀에게. 탄약이나 연료 상태에 대한 확인 요청. 이상. ]

[ 기다려봐. 다시 말해줄게. ]


그린팀은 지시도 안 했지만 트럭을 도로 돌려 공격당한 GMC 들 쪽으로 접근했다. 아마도 공격을 가한 상대방을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생각 때문에 저런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노딩턴 대위는 호송팀과 그린팀의 추격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ATCS로  눈을 돌렸다. 너무 많이 떨어져 있으면 추격 자체가 무의미하고 잡을 수 있다면 빨리 잡아야 했다. 키르쿠크로 설정된 AO(Area  of Operations, 작전구역)를 넘어서면 OPCOM-A는 통제권을 상실한다.


그리고 나토 측에서는 당장 폭탄을 떨궈 날려버릴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되는 경우는 없어야 했다. 그냥 날려 버리기엔 적은 너무 잘 훈련된 집단이었고 너무 좋은 차량을 타고 있었으며 가공할만한 비밀 무기에 CIA도 찾고 있는 어느 화학 박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항을 폭탄 한 방으로 날려 버리고 내일 신문 한 귀퉁이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노딩턴은 최후엔 날려 버리겠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추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담은 송신 문을 간결하게 적어 OPCOM 사령부, 센트럴로 전송했다.


[ 완전히 날아갔구먼. 뭐 건질 것도 없겠네. 불이라도 꺼볼까? ]

[ 그린팀, 사인 떨어졌습니다. 추적 요청입니다. ]

[ 아, 벌써? 우린 결정 안 했는데? ]

[  아이린 1-2, 그린팀에게 전송. 그린팀을 공격했던 차량들 중 호송조로 파악된 3대의 차량은 현 지점에서 북쪽 [ ] km, [  ]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 OPCOM-A에게 할당된 키르쿠크 라인까지는 [ ] km 남았고요. 아시겠지만 키르쿠크  라인을 넘어가 버리면 그놈들은 폭탄으로 날려 버릴 겁니다. ]

[ 그래서...? ]

[ TAC-C, 아이린 팀은 저희에게 배정된 지상의 그린팀이 이 추격전에 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린팀은 현재 지상에서 적 호송팀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병력이며 방금 폭격을 유도하여 공격팀을 성공적으로 격파하였습니다. ]

[ 그리고....? ]

[ 아이린 팀은 사령부에 적 격멸이 아닌 추적에 대한 요청을 한 상태입니다. 적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읊어드리고 싶은데 메시지로 은행에서 안된다고 하는군요. 아, 정말입니다. 통신 채널 창에 떴습니다. 방금요. ]

[ 와하하하하하- ]

[ 네, 어쨌든 여기까지 왔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린팀과 같이 이 작전을 마무리하고 싶군요. 작전 내용은 비슷합니다. 추격 후 관찰하며 정보 습득 및 확인. 방금 했던 임무를 다시 수행하면 됩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

[ 음, 아직 맥주 남아 있나? 우리 숙소엔 다 떨어졌거든. ]

[ ... 침대 밑에 놔둔 거 있습니다. 아시지만 저흰 검열이 좀 심하죠. ]

[ 아이린 1-1, 방금 그 내용은 상급 지휘관으로써 묵과할 수가 없구먼. 귀환 후 간이 검열을 실시하겠음, 이상. ]

[ 들으셨죠? 그나마도 뺏겼군요. ]


강제할 수는 없었다. 군인과 민간인이 이상하게 얽혀 전투를 벌이는 이 상황은 누가 누구를 통제할 수 있다고 규정 지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루 중위나 노딩턴 대위는 민간인에게 지원을 부탁해야 하는 이상한 시류를 어느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작전을 수행해야 할 이 시점에 강제할 수 없는 민간인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맥주가 거래 조건인 셈이다.


[ 알았네, 알았어. 나중에 계약금이나 더 올려줘. 팀원 모두 동의했네. ]

[ 감사합니다. 곧바로 시작하지요. ]

[ 아이린 1-1, 그린팀에게 전송. 북서 방향으로 이동. 속도 65km. ]

[ 최고속도 구만. 달려가 주지. 지원이나 잘 부탁해. 특히 연료. ]

[ 확인, 경유 지점을 곧 전송하겠음. ]


그린팀의 요청은 곧바로 전략 정찰팀에 전송되었다. 호송팀은 꽤 거리가 떨어진 상태였다. 따라잡으려면 빠듯했기에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그들이 달려가는 길을 막거나 아니면 우회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 SATCOM, 아이린에서 전송. 적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지연 작전이 필요하다. 이상. ]

[ 확인, 대기하라. 요청하겠다. ]


그린팀이 적을 분리시키기 위해 취한 행동만큼의 창의성은 없어도 군사적으로 선택할만한 옵션은 많았다. 이 경우는 경고 사격이었다. 적은  앞으로 가야만 하고 노딩턴 대위는 그 발걸음을 더디게 할 참이었다. 공격조를 날려버린 A10에게 다시 한번 역할을 맡기기로 하고  적당한 지점을 찾아보았다.


[ 리퍼 1-1, Gun-run, Gun-run. 좌표 확인하라, 이상. ]

[ 확인, 아이린. 근접 폭격 요청 확인. 이동 중. ]


지정받은 A10 은 완만하게 선회하며 폭격 코스로 들어섰다. 적의 진출 방향에서 90도로 틀어진 측면으로부터 기총 사격을 가해  루트에 뿌연 먼지 구름을 만들 계획이었다. 적들에게 겁을 먹게 하고 동시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하기 위함이다. 화학  박사라는 사람을 비록 상층부에서는 무시하라고 했지만 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점과 장난감 박스와 연계되어 있을 거란 점, 그리고 민간인을 명령 하에 그냥 날려 버려야 한다는 것들 등등... 폭격이 쉽지 않은 이유는 많았다. 그린팀과 후속 작전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송한 요청에 대해 상층부가 어서 답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그것도 일단 적을 멈춰 세워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 리퍼 1-1, 폭격, 폭격. 연료 상태 빙고, 귀환한다. 이상. ]


2번에 걸친 폭격이 같은 지역에 시간 차이를 두며 이루어졌다. 선도 차량 앞쪽에 가해진 폭격으로 길고 거대한 먼지의 벽이 만들어졌고 의도한 대로 차량이 멈춰 섰다. 폭격 자체보다는 순식간에 생겨난 먼지 벽에 놀란 모양이었다. 게다가 30mm 고폭탄들은 도로를 효과적으로 체다 치즈처럼 구멍을 뚫어놔 도로 본연의 기능도 상실시켜 버린 상태였다.


노딩턴 대위는 재빨리 차량이 멈춘 지점의 좌표를 산출해 그린팀과 루 중위에게 전송했다. 루 중위는 방위만 알고 있었지 목표 지점은 모르는 상태였기에 해당 좌표를 토대로 이동 경로를 다시 산출하기 시작했다. 도로는 우회할 수 있겠지만 멈춰진 적들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지상 공격에 대비할 것이다. 공중 폭격은 그런 지상 공격이 곧 있을 거라는 착각을 주기 위한 기만책이었다.


[ 그린팀과 찰리 포인트까지 앞으로 20km. ]

[ SATCOM, 아이린 1-1다. 다른 공중 자원이 필요하다. 적을 묶어둬야 한다. ]

[ 확인, 연결 중... OPCOM 연결, 스페이드 1-1. TAC-C 아이린으로부터 지원 요청. ]

[ 스페이드 1-1입니다. 아이린의 지원 요청에 응답합니다. ]

[ 아이린 1-1, [ ] - [ ] 지점에 지상으로 이동 중인 표적이다. 지상으로 접근하는 공격팀의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적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 직접 공격은 피하고 적에게 감시한다고 기만해야 한다. 이상. ]

[ 확인, 이동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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