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새소리만 들리던 동네
아이의 집에서 국민학교까지 가는 길에는 서로 다른 공기가 흐르는 두 동네가 있었다. 커다란 회색 철문이 달린 교회를 경계로 위쪽은 아이가 사는 동네였고, 교회에서 오 분쯤 더 내려가면 길게 뻗은 계단이 나타났다. 그 계단 양옆으로는 정원이 딸린 으리으리한 양옥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이는 유독 그 동네에만 봄볕이 더 오래 머물고, 여름의 태양도 한층 더 찬란하게 쏟아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곳은 늘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했다. 한여름이면 높은 담장을 넘어온 초록 잎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말 듯 일렁였고, 가을이 깊어지면 주황빛 감과 이름 모를 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갔다.
그러나 아이가 사는 동네와 달리, 그곳에서는 사람의 기척을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다.
‘저런 집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살까?’
아이는 높은 담장 너머의 세계가 문득 궁금해졌다.
국민학교 3학년 무렵, 아이는 같은 반 친구 미영이와 가까워졌다. 미영이는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단발머리에 얼굴도 몸도 동글동글해 복스럽게 생겼고, 성격 또한 털털해 어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걸곤 했다. 깔끔한 성격 탓에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던 아이의 엄마도, 서글서글한 미영이만큼은 늘 예외로 두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느 날, 미영이는 자기 집에 가 보자며 아이를 이끌었다. 그런데 미영이가 향한 곳은 놀랍게도 그 ‘새들의 동네’였다. 육중한 대문 앞에서 새소리가 나는 벨을 누르자 인터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영이는 평소와 달리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나야” 하고 짧게 말했고, 이내 웅장한 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초록빛 잔디가 카펫처럼 깔린 정원에는 아이의 발걸음을 따라 마름모꼴의 하얀 돌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엄마는?”
미영이가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사모님은 지원이 재우고 계셔.”
“우리 밥 줘. 배고파.”
미영이는 짧게 대꾸한 뒤 아이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 커다란 창가에는 미영이와는 전혀 닮지 않은, 하얗고 마른 얼굴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서 있었다.
“언니….”
미영이가 불렀지만, 언니의 시선은 끝내 창밖에 머문 채 아무런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미영이의 집에 갔지만, 미영이의 언니는 언제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초점 없는 눈동자를 허공에 둔 채 인형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미영이의 어머니는 늘 비로드 홈드레스를 입고, 아직 젖먹이인 남동생을 품에 안은 채였다. 화려한 가구와 넓은 정원을 갖춘 미영이의 집은 늘 고요했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미영이는 으리으리한 자기 집보다 아이의 비좁은 하꼬방이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그때의 아이는 친구의 그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글은 ‘그 여자’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