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7화, 바쁜 엄마와 아픈 엄마의 사이

by 승연하

윽…. 오줌을…. 쌀 것 같다.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

아이는 비실비실 일어나 어두운 방 안을 더듬었지만 평소 있어야 자리에 요강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오줌보가 터져버릴 것 같은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앗! 아직 싸면 안돼애!"

절망적인 찰나 발 끝에 단단한 무언가 닿았다.

요강이다.

얼른 속옷을 내리고 철퍼덕 앉자마자 참았던 오줌을 쏟아 내는데 이상하게 두 다리까지 미지근해졌다. 화들짝 놀란 아이는 아래쪽을 쳐다보았더니 요강이 아니라 하얀 베개 위에 앉아 있었고 오줌이 흘러내려 이불까지 적시고 있었다.

여덟 살 아이는 너무 놀라고 당황했다. 하얀 이불을 사흘이 멀다고 빨아서 풀을 먹여 방망이질하는 엄마가 깨어나면 맞아 죽을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너무 공포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 소리에 잠귀가 밝은 엄마가 일어났다.

자식 중에 제일 오줌을 빨리 가렸던 둘째 딸이 갓난아기 때 말고는 소리를 내서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엄마도 당황하셨다.

"괜찮다…. 울지 말고 어여 옷 갈아입자. “

아이의 예상과 달리 엄마의 부드러운 말투에 안도감과 미안함, 창피함 등이 한데 뒤엉켜 더 눈물이 났다.



그 여자는 자신의 삶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어린 시절 엄마와의 애증 관계가 형태만 바뀐 채 여전히 삶 깊숙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에서의 처세는 물론, 문득 치밀어 오르는 이유 없는 분노와 죄책감마저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이미 벗어났다고 믿었던 감정들은 사소한 순간마다 되살아났고, 어떤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도 무의식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처음 만트라와 108배 절을 시작했을 때, 그것은 평온을 얻기 위한 선택이기보다 더 이상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자 최소한의 시도였다.

그 후 명상을 하면서 그 감정의 뿌리를 마주하고 풀어내기 위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엄마 사이에 남아 있던 매듭을 하나씩 바라보려 애썼다.

그 여자가 어릴 때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엄마와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어여 밥 먹어라.”

“숙제했니?”

“어질지 마라.”

기억 속의 말은 그게 대부분이었다.

그 시절의 엄마는 자식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사람 같았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법을 배운 적도, 그럴 필요를 느낀 적도 없는 시대였다.

엄마에게 사랑이란 때맞춰 밥을 먹여 배를 곯지 않게 하는 것이었고, 훈육이란 학교에서 꾸중을 듣지 않도록 숙제를 챙기는 일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교 생활 같은 사소한 것들을 물어볼 여유도, 그것을 헤아릴 지식도 엄마에게는 없었다. 정서적 지지라는 말이 아직 낯설던 시대, 엄마는 그것으로 충분히 자신의 몫을 다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집 안을 구석구석 윤이 나게 닦아놓고 마실을 나가거나, 이웃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며칠간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나면, 항상 아프다며 영양제 링거를 맞곤 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는 '항상 바쁜 엄마'이거나 '늘 아픈 엄마‘ 그 사이에 머무는 엄마의 모습은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