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으로 도망쳐

호흡 명상

by 승연하

'숨'으로 도망쳐


오래전 나의 비밀 장소는

운전석이었다.

노을 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누가 들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울고 싶으면

마음껏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고 나면

풍선에 바람 빠진 듯이

어깨가 바닥으로 내려가고

창문 틈새로 스며든 바람에

한기가 느껴진다.

울음이 몸을 빠져나갔다는 신호다.


이제 나의 비밀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

노을 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나는 울음 대신

‘숨’으로 도망친다.

누가 들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천천히 내쉰다.


한 번 더,


깊게 숨 들이마시고

천천히 비워낸다.


그러고 나면

가슴이 열리고 손과 발에

온기가 돌아온다.

다시 미소가 차오르고

기분 좋은 바람이 마음을 스친다.


힘들 때 우는 대신 나는 '숨'으로 도망친다.

나의 가장 안전한 도피처, 나의 호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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