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짠, 약속해

2. 마이너카드 Cup, Two of Cups

by 김슈기

38. 짠, 약속해


keyword :

약속하는, 언약식, 결혼하는, 매매가 성사되는, 교환하는, 파트너, 나누는, 사랑하는

애정 어린, 배려하는, 공감하는, 살아 숨 쉬는 감정


누군가와 약속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지금 생각나는 언제 했는지 모를 약속은

지켜졌을까?

나와 한 약속 빼고 말이다.

다른 이와 한 약속을 꼭 지킨 적이 있는가?

시간약속 일 수도 있고

구두로 했던 계약일 수도 있고

어린애 장난 같은 약속이었을 수도 있다

영원히 함께 하자는 약속이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는 약속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Two of Cup을 보면서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가 생각난다.

셋이 벚꽃잎 아래에서 잔을 기울이며 약속한

형제의 약속


우리는 형제까진 아니어도

잔을 들고 짠~ 하며 약속을 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약속이란 말에는 은밀히 숨겨있는 암묵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도 누군가와 약속을 한지 꽤 된 것 같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만나자는 약속 제외하고

물론 약속을 잘 잡지도 않는다)


암묵적 책임이라는 것에

나도 암무적으로 부담감을 느껴서 그런지

약속이라는 단어로는

말을 잇지 않는 것 같다.


조금 장난 섞은 말로

"다신 술 마시면 내가 개다"라든지

"아 이번엔 꼭 지킬게"라든지

"알겠어 알겠어"라며

가볍게 넘기곤 했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약속을 하고 파트너가 된다는 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암묵적인 규율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무언가 생기는 것

그것이 약속인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약속을 "약속"대로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규율을 책임지기엔

다른 책임질 일들도 수백만 가지이기 때문에

약간은 회피하는 것 같다.


그래서 둘이서 하는 약속은 더더욱 피하는 것 같다.

내가 손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둘이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 약속한 파트너에게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것이 이 약속이라는 울타리의 책임감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잔을 기울이며 친구에게


"짠~ 내가 너네 집 놀러 갈게"

했다가 3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갔던 적이 있었다.

"약속해 그날 꼭 보기로"

라고 말하고 까먹은 채로 있다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급하게 내려가는 바람에

10만 원이 그냥 깨져버린 적도 있었다.


잔을 기울일 때 약속이 더 깨지기 쉽고,

가볍게 약속할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은 한잔에

우리는 오래 보길 약속한다.

이 약속은 꼭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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