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시차 05화

용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마음이라

by OUO

용암


식은 것처럼 숨을 참고 있으면

나를 쿡쿡 찔러볼지도 모른다

죽은 것처럼 까만 이불을 덮고 있으면

나를 밟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마음이라

빛나는 보석마저 기꺼이 녹아버리고

세상이 수천번의 들숨을 반복할 때에도

품 안에 아이들을 생각하며 인내하였다


단 한 번의 한숨이, 먼지 낀 서러움이

푸른 마음을 회색 눈으로 뒤덮었을 때

깨진 유리 산이, 뜨거운 피눈물이

후회로 지은 철탑을 불태웠을 때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추운 바람이

나의 피부를 말라 비틀어지게 하고

피투성이가 된 손과 회색빛 하늘이

이미 식어버렸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죄를 지은 것처럼 잠자코 누워있었다

몸을 뒤집은 채 눈물을 차마 참고 있었다​


하지만 보라

나는 아직 불타고 있다

나는 아직 당신을 녹일 수 있다

나는 아직 한 줌의 재가 될 수 없다

죽은 시체들 중에 나는 가장 뜨겁게 살아있다

무너진 파편들 중에 나는 가장 온전히 머금고 있다


그러니, 태양이여, 오라

나를 다시 뜨겁게 달궈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나를 녹여라

나를 다시 불덩이로 태워라


용암이 식은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식어버린 용암은 검게 굳어진 껍질로 덮여 있지만, 그 속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열이 흐르고 있다.

용암이 처음 형성될 때는 주변의 암석을 모두 녹일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와 열을 품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태우고 변화시키는 원초적인 힘처럼 보인다.

화산이 터지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기다리던 폭발이 마침내 터져 나오며, 세상은 거대한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인다. 이 모습은 종종 인간의 감정과 닮았다. 아이에게 소리치는 부모의 순간적인 분노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연인의 절규처럼, 화산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연상케 한다. 이 폭발은 주변을 태우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깊은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폭발이 지나고 난 후, 화산은 식어간다. 겉은 차갑게 굳어지고, 표면은 잔해로 뒤덮인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내부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다. 마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침묵 속에 남겨진 것처럼 보이는 화산은, 우리 삶의 어떤 순간과 닮아 있다.

우리 역시 한때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가졌던 순간이 있다. 그러나 삶의 무게 속에서 그것을 모두 소진했을 때, 우리는 차갑게 굳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좌절과 슬픔 속에서, 자신이 식어버렸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열기다. 그 열기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태양을 갈망한다. 우라가 아닌 가장 뜨거운 것, 태양은 식어버린 우리를 다시 뜨겁게 달궈 줄 수 있다. 용암이 다시 녹아 흐르듯, 우리의 열정과 에너지가 다시 깨어날 수 있다.

우리 안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가장 뜨거운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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