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A ver.2401 첫 번째 이야기
이 글을 쓰려 노트북을 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쎄다..
매달 보내는 글을 그만 쓰게 된 그때도,
매달 보내는 글을 다시 쓰게 된 지금도
그 이유가 뚜렷하게 떠오르진 않으나,
글과 멀어질수록..
자연스레 나 자신과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어쩌면 살기 위해
글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르겠다.
살고 싶어서...
그저 눈을 뜨고 오늘을 사는 사람이 아닌,
오늘을 살고 싶어서 눈을 뜨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어본다.
.
.
최근 몇 달 동안 난,
오늘을 살고 싶어서 눈을 뜨는 사람이 아닌
눈을 뜨게 되니 오늘을 사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삭제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오늘은 어떤 명분으로 시간을 건너뛸 수 있을까 생각했고
오늘은 무슨 활동으로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잔머리를 굴렸다.
참.. 비겁한 세월이었다.
나에게 떳떳하지 못한, 비겁한 세월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더 뼈저리게 느낀다.
그 세월이 얼마나 비겁했는지를.
글을 쓰며 몰입하는 지금,
나 자신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지는데..
한동안 이 완벽하고 황홀한 느낌을
내 발로 걷어찼으니 말이다.
용기가 가득한 사람에서
비겁함이 가득한 사람으로 되기까진
허망하게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생각을, 마음을, 고민을,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글로 쏟아내지 않은 그 시점부터 난,
저 깊은 곳에서부터 곪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갈수록 스스로에게 비겁해져 갔다.
.
.
인간은 배출해야,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땀구멍에서 땀을, 똥구멍에서 똥을,
입구멍에서 가래를, 눈구멍에서 눈곱을,
귓구멍에서 귀지를, 콧구멍에서 코딱지를 배출해야만
인간으로서의 생을 살아갈 수 있다.
땀, 똥, 가래, 눈곱, 귀지, 코딱지
이것들은,
단어를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더럽다고 느껴진다.
몸 안엔, 최대한 정제하고, 또 정제하여
순수함에 가까운 에너지만을 저장하고,
그 외의 것들은 몸밖으로 배출해야 하기에
바로 위에 나열한 것들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배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도 우린
충분한 저장과 배출이 필요했다.
순수함에 가까운 에너지만을 저장하고,
그 외의 것들을 몸과 정신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정신적 배출이,
나에게 있어 ‘글쓰기’였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추자마자..
똥을 참으면 얼굴이 노랗게 변하듯,
가래를 뱉지 않으면 목소리가 안 나오듯,
코딱지를 빼지 않으면 숨이 안 쉬어지듯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들이
하나둘.. 퇴색되는 듯했다.
지난 몇 달간을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진단명을 내려준다면?
‘글쓰기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
이었을 것이며
그에 대한 처방도 역시
‘글쓰기’라는 세 글자 외엔
적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에겐
‘최고의 몰입’과 ‘완벽한 정신적 배출’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단순하고도 유일한 행위였으니 말이다.
.
.
그동안 난 무엇에 가로막혀 있었을까?
지금까지 난 어떤 장애물에 멈춰 서 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
또 그런 상황이 찾아온다면?
난 어떻게 나의 시간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쌓아갈 수 있을까?
그 어느 시기가 찾아오든,
그 어떤 감정이 느껴지든,
눈을 뜬 김에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싶어 눈을 뜬 내가 되려면..
난.. 어떤 마음을
품고 있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