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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Nov 06. 2024

EP2. 합격 그리고 내공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

실패를 반갑게 맞이할 사람이 있을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던 '그' 역시도

숱한 실패를 끝내 견뎌낸 후에 성공을 낳았다.

그렇게 해산의 고통을 경험하고서 얻은

인사이트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상은 자꾸만 실패를 견디는 법을 가르친다.

한 번이라도 피할 수 있었다면 기꺼이 도망쳤을 것이다.

피할 수 없었으니 그 안에서 교훈만 챙겨 도망쳐야 했고,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말해주기도 했으나

끝내 씁쓸한 웃음으로 대화의 끝을 흐리고야 말았다.


수많은 실패와 거절, 불합격이란 순간에는

단 하나의 같은 글자도 없었다.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선명하게 절망감을 마주해야 했음을 기억하며

글을 쓰다 잠시 주먹을 꽉 쥐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돌아보면 애초에 시도하지 않은 것들이

많은 시절을 보냈다.


대학과 병원을 선택할 때조차,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의식적이라 했을지라도 누구든 내게 돌을 던지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높은 이상을 품으려면

반드시 겪게 될 그 추락의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 일터.

최근까지도 부르짖고 있는

'안정감'을 누리는 삶을 원했다기보다

그저 실패를 피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래, 그뿐이다.


사실 그때 내게 정말 옳 선택이 무엇이었을지

이제 와서 알 수는 없지만

우선 '불합격'은 아니었으니 넘어가는 걸로 하고.

정작 문제는 적게 배웠으나 크다고 말하는 사회를 졸업한 후,

하루하루가 와장창 무너지는 일상의 신비를 경험했다.


그렇게 한 번의 무너짐이 아닌

여러 번의 작은 실패들이 쌓이며

진정한 성장통인지 그저 짓이겨지는 통증인지 모를

결코 '간단치 않은 통과의례'가 시작되었다.


작은 습관, 새벽 내 열심히 준비한 수액,

뛰어다니던 시간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활동,

다양한 기회를 통해 만난 사람들.

그리고 다시 원인 모를 허무함에 빠졌던 나.


그 몇 년 동안은

실패의 경험이 훨씬 많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합격엔 내공이 쌓이기 마련이다.

참 희한한 것은. 불합격에도.

그러니까 실패의 경험에도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깨지고 부서지다 보니 나름의 내공이 생겨

웬만한 실패에는 끄떡없는 시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 불가피한 순간들이 

나를 지켜주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아이러니함을 느껴야만 했다.


아마 어린 시절 책에서 봤던 '마음의 근육',

혹은 견디는 힘이란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선

실패라는 단어가 아릿하게 울려 퍼진다.


굳이 캐물어 민낯을 보려 하지 않고

그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려니 하기로 했다.


'합격'은 성공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수없이 반복된 노력과,

끝없는 실패들로 얻어낸 작은 내공 같은 것이다.

마치 잔잔한 파도 속에서도 버티고 견뎌온 자갈들이

깎이고 다듬어져 둥글게 변해가는 것처럼

나 역시도 내 안의 모난 부분들을 깨뜨려 가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누군가의 작은 꿈을 들여다보고

어쩌면 작은 꿈이 되기도 하며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최근엔 신규간호사 입사를 위해

내게 자기소개서 첨삭을 문의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아직 간호사일지도 몰라'


아무도 내게서 면허를 뺏어간 적도 없고

보수교육도 매년 듣고 있었으며,

면허 신고 역시 제때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간호사가 아니라는 마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덜컥 들었던 생각이다.


더 이상 환자를 직접 돌보지는 않지만,

의료인 혹은 의료기술직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꿈을 지지하며 살고 있다.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원하는 병원, 제약회사, 협회에 대해 함께 공부하며

살뜰히 챙기는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기에.


그래서 앞으로 '나 절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아'라고 말하진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합격과 불합격,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내가 얻어낸 것은 결국 진심과 일관성이었다.


매 순간 나를 붙잡아준 것은

한 장의 명함도, 화려한 스킬도 아니다.

그저 버티는 힘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쌓아 올린 경험들은

어느새 나를 지금의 성실로 데려다주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조금 더 간절하게 쌓아 올릴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매일 작은 노력을 기울이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프리랜서로서 내게 허락된 유일한 가상화폐가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며 깨닫게 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실력이라는 것.


꽤 다수의 사람이 화려한 성과나 특별한 기술을

성공의 요인으로 보면서도

꾸준한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며 대단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라고 절망한다.


이 대목에서

그저 꾸준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나 역시 지쳐서 포기할 때도 있었으며

주체가 '나'였던 적도 있었으니.


간혹 위축되고, 자주 포기했으며,

가끔 최선을 다하다가 얼떨결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잠시 멈춤을 선택했더라도,

더디게 발을 내디뎠더라도

결국엔 작은 걸음들이 모였다.




매번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마음속으로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이 부분은 '특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직장이라는 틀 밖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나만의 기둥이 되었다.

어떤 일도 조금씩 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다 보니

무언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제 스스로를 믿어주어도 된다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가르쳐준

만의 여정을 걸어가도 좋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때로 '합격'이란 단어 속엔

누군가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보다,

내 안의 작은 성취를 확인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담겨 있다.


이 작은 성취들이 쌓여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행복이 아닐까.


거창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를 잘 견뎌낸 내가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를 조금 더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는 '명확한 성공'을 향한 막연한 갈망이 줄었다.

대신, 하루하루 길을 닦아가며

진정 원하고 즐기는 길을 걷고 있다.


내 걸음의 보폭이 사소하게 보이더라도

걸음은 나의 걸음이다.


이토록 의미 있는 여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언젠가 이 길의 끝에서 나를 되돌아보았을 때,

내가 쌓아온 발자취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겠지.

고생했다는 말 없이 그저 안아주어야지.


그렇게 나는 오늘도 고요히 나아간다.




다음화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 EP3. 생각보다 꽤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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