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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Oct 30. 2024

EP1. 이제 뭘 하죠?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

장장 10편의 글을 통해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탈곡하듯 인생도 털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혹시나 부업, 월 1000만 원, N잡러, 파이프라인 등

퇴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수입을 창출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당장 멈추길 바란다.


자의로 퇴사한 나 역시도

도망치다시피 감행한 일이었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디지털노가다이자

유목민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과 함께

오늘의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다음 달의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덧붙일 수 있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으며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에 누구나 미래가 걱정스럽겠지만,

흔히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주어지는

'직장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자아실현이니 뭐니 떠들며

'열정 가득한 신여성'으로 비치는데 신경 쓰기보다

당장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실 겉으론 괜찮은 것처럼 고상하게 아침마다 코-피 잔씩 마시고 있다. 그러나 카페인 수혈을 위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 없다)


어긋난 약속 한 번에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한 나의 태도는

성실함이라는 스킬을 내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책임은 무거워졌으나

더 이상 책임간호사 수당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퇴사 생각일랑 말고 글을 읽도록.




다만 종합 프리랜서로 나름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던 것은

매 순간 들고 다녔던 마음속 명함이다.

그 명함 속에는 이름도 메일 주소도 연락처도 없다.

단 세 글자, '꾸준함'이란 단어만 적어져 있다.


나의 바람과 예상보다도

스스로가 재능이 차고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음을

받아들여야 했기에 생긴 명함이다.


아주 보통의 사람보다 새 모이만큼 나았던 부분은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조금 더 해보려는 의지였을 것이다.

조금씩 성취를 이루고 나니 그 일이 더 좋아졌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만일 처음부터

'퇴사 후에 꾸준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하며

퇴사했더라면 수월했을까? 


전혀 아니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Chat GPT보다도 빠르게 결과를 도출했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다면

누군가가 나를 뜯어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원망하며 분노했을 것이다.


되려 성취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 결과로 주어진 성과가 더 소중했다.


하고 싶은 일을 당장 어찌하지 못한 나를 두고

강렬하게 비난하며 당장 병원으로 돌아가라며

스스로를 다그쳤을 거란 생각에 잠시 눈을 꼬-옥 감았다.


그리고 지금 주어진 소중한 기회와 작은 성취에

반짝이는 감사를 잠시 마음에 품는다.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치 연속해서

요상하고 수상한 일들이 일어났는데,

그중 하나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해 보지 않겠냐는

시청 직원의 전화였다.


조건이 나쁜 것도 아니었고

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솔깃한 것은 사실이다.


내년 이맘때까지 일정 기간

고정 수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들뜨기도 했다.

아직 지원 서류를 제출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같은 직무는 아니었지만 잠시 공무원을 꿈꿨던 내게

이런 제의가 들어온 것 자체가 우습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쥐려고 하면 수록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다고 했던가.


내가 쥐려고 했던 고득점의 길은 모래알을 다 털고

소중한 한국사 노트 한 권만 남겨놓고

모두 없애버리고 난 뒤에야

다시 손바닥 위에 모래시계로 찾아왔다.


잠시 들떴으나 이내 가라앉았던 이유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겸직과 관련 사항을 찾아보았기 때문인데,

현재로서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수습하기 어려울 거란 걱정이 덜컥 앞섰다.


잠시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달콤한 말에

홀렸음을 인정하니 정리가 쉬웠던 것이다.


그렇게 제의를 거절하고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자잘하게 늘려만 놓고 효율이 높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나니 개운해진 마음으로

오랜만에 평소 자던 시간에 잠들 수 있었다.




잠시 경기도 생활로 거슬러 가보자.


당시에 거주하던 도시 특성상

현장 근로자분들을 많이 마주치게 되었었는데

주변의 공장, 건설 현장 등을 보며

당시 어정쩡한 반백수 상황을 역전하고자

산업 간호사를 꿈꿨던 적 있었다.


괜찮은 구인 공고를 발견하고

10년 만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기회가 생겼고,

학창 시절에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한 번씩 봐주곤 하던 내가

이제 와서 다시 자기소개서를 쓴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10년여 만에 쓰는 자기소개서라니...


그저 막막하게 느껴졌고

최근 트렌드들을 알기 위해 많은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큰 갈래로 나누어 정리해 두기도 했다. 



급하게 준비했어도 집중했기 때문인지

며칠 뒤 서류 합격 소식을 들을 있었다.


결과는 지금의 내가 말해주고 있으나

회사가 원하는 입사 날짜와 이사 날짜를 조율하기가

어렵겠다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고,

왠지 모르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자기소개서를 공들여 작성한 후

서류 합격자 발표 전에 지인의 퇴사 소식과 함께

이직을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겼다.


아끼던 지인이었기에

내가 정리해 두었던 자료들을 공유하고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하고 나면

일종의 첨삭을 진행해 주기로 하며 말했다.


"진지하게 초안만 제대로 써와. 그리고 면접 준비해."


정작 본인은 면접 자리에서

날짜 조율 이슈로 미련 없이 나올 줄은 몰랐으니 뱉은 말이었다.


그렇게

여전한 반백수 생활을 지속하며

지인의 자기소개서 첨삭을 맡았다.


문득, 내 자기소개서도

누군가에게 첨삭을 맡겼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싶더라.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맡기지 못했겠지만

나와 같은 지인이 자료를 주며 첨삭해 주겠다고 말했더라면

꽤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단숨에 내가 꽤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게 깊은 위로였던 간호사 선생님을 보며 꿈을 키웠듯,

누군가의 꿈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던 아이가 자라서

어느덧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나 보다.


자신은 이루지 못한 꿈일지라도

꿈의 한 조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바로 크몽에서 첨삭 서비스 등록에 도전했다.

어차피 할 일도 많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절차와 첨삭 과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내 자기소개서를 다시 첨삭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결과 '승인'.


내 서비스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고

나름의 방법으로 내게 찾아온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24년 1월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힘차게 달리며

'꾸준함'의 명함을 들이미는 중이다.

유행도 타지 않는 명함이라 만족도가 높다.


중간 과정에서 효율이 낮은 일들을 정리하고 나니

다시 다음 달을 걱정하는

쥐뿔도 없는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티끌을 모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이제는 나의 스킬이었던 '성실함'을

더 뾰족하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당연히 여기서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잠시 잃을 것을 걱정하던 어리석었던 나는,

나의 처지를 다시 직면했고


잠시 주춤했던 일들이나

덩어리가 커서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기간이라 여기며 지내고 있다.


결국 내가 꿈꾸는 일에 오르는

폭넓은 계단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높지는 않기에 내가 오르고 있는 줄 모르는 폭넓은 계단.


이 길 역시 내 명함과 스킬을 무기 삼아 걷다 보면

다음 스테이지가 펼쳐지리라.




다음화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 EP2. 합격 그리고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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