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지누션의 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특별한 말은 없었고, 목소리도 높지 않았다.
다짐을 설파하지도, 삶을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 얼굴이었다.
그를 보며 내가 느끼는 감동은 화려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오래 견딘 사람에게서만 나는 온기 같은 것이다.
그는 늘 같은 방향으로 서 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고,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오늘의 말을 바꾸지 않고,
시대가 바뀌어도 삶의 태도를 갈아 끼우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간은 빠르지 않지만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볼 때
“성공했다”는 말보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에는 잘 쓰지 않게 된 말이지만.
그 말은 화려하지 않지만 살아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안다.
그는 기부를 이야기할 때조차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는다.
돕는 사람처럼 보이기보다 함께 걷는 사람처럼 남아 있다.
조용히, 꾸준히, 빠짐없이.
나는 그런 꾸준함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선의는 한 번이면 박수받지만 평생이면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한 번의 결단은 이야기로 남지만,
수천 번의 같은 선택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감동은 한 번의 용기에서 오지 않는다.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선택하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해야 하는 쪽을 택하는 것.
그 반복이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는 걸
그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준다.
나는 요즘 매일 강아지 산책을 시키다가
길에 남겨진 다른 개의 똥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보지 않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칭찬받을 일도 아닌 행동.
그저 세상에 조금 덜 무거운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다.
이게 선의라고 부를 만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이 아니라
해야 하는 쪽을 하루에 한 번쯤은 선택해 보자는 마음이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영웅이 아니다.
내가 이미 선택해 온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조용히, 오래, 자기 방식으로 살아도
사람은 망가지지 않는다는 증거.
그를 보며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고르게 된다.
선함이 왜 늘 오해받는지도 알게 된다.
선함은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약함으로 번역되고,
조용함은 존재감 없음으로 취급되며,
일관성은 고집으로 오인된다.
그러나 그는 그 오해를 반박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같은 자리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
그 침묵이 가장 단단한 반박이 된다.
그를 보면
‘착하게 살아야지’가 아니라
‘끝까지 나로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안다.
사람들은 버티는 사람보다
요령 있는 사람을 더 빨리 인정하고,
조용히 오래가는 사람보다
순간적으로 빛나는 사람을 더 쉽게 사랑한다.
그럼에도 그는 그 불리한 길을
아무 말 없이 택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보며 위로를 받기보다
확신을 얻는다.
속도를 못 내는 날에도 방향만 맞으면 된다는 확신,
잘 살지 못한 날에도
삶의 기준이 다르지 않았다는 확신
그래서 그는 나에게 영웅이 아니다.
내가 이미 선택해 온 삶이
헛되지 않다는 증거다.
나는 더 이상 잘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은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위에서
오늘도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