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왜 그렇게 글을 쓰느냐고.
왜 자꾸 지나간 시간을 꺼내어
문장으로 옮기느냐고.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아주 오래된 장면 하나가
천천히 떠오른다.
어떤 아이가 있었다.
세상과 자주 부딪히던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이 아니었다.
사람은 기대하면
아프게 하는 존재였고
말은 종종
칼처럼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주 일찍
몇 가지를 배웠다.
버티는 법.
울지 않는 법.
기대하지 않는 법.
그리고 사람보다
조금 멀리 서 있는 법.
그렇게 자란 사람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세상이 잔인했으니
나도 잔인해지는 길.
아니면
세상이 잔인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길.
나는 아마
두 번째 길에
조용히 서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분노는
몸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있었고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은
가끔 이유 없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부터
그것들을 문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감정은 그대로 두면
사람을 안에서부터 망가뜨린다.
하지만
말이 되면
조금 다른 것이 된다.
분노는 문장이 되고
상처는 서사가 되고
흩어져 있던 기억들은
조용히 자리를 찾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일이었다.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을
다시 바라보는 일.
내 감정을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감정이 나를 움직이기 전에
내가 그것을 이해해 보는 일.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과거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세상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서.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지만
그 일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순간
조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도
그 과정을 지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한 문장을 쓴다.
이것은
과거를 기록하는 글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조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