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치 힘을 빌어요.

'난 못해, 못하겠어'

by 공글이

철퍼덕 앉아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었다. 2년 전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이렇게 운 건 처음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렵다. 아이들은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세 여자가 돌아가며 코를 팽 풀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내가 먼저 울고 큰애가 울고 마지막으로 작은애가 울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나는 중압감이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작은애는 면역력 저하 환아가 되었다. 못 하는 게 늘었고 해야 할 건 그보다 더 늘었다. 간호사가 설명해 주고 간 자리에 항암지침서가 남았다. 다시 펼쳐보기가 싫을 만큼 이 현실을 회피하고 싶다. 규칙들 하나하나가 작은애 피수치에 영향을 미친다. 긴장점이 많다. '난 못해. 못하겠어'

7월 11일에 입원해서 15일에 퇴원했다. 오른쪽 가슴에 케모포트를 심었고 항암주사를 맞았다. 뇌종양이라 소아정신과에서도 다녀갔다. 소아암병동은 처음이다. 문을 열면 또 문이 있다. 들어설 때부터 이곳 분위기에 쫄았다. "엄마 살려줘, 나 심심해.", "뭐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여기가 아파." 작은애 3종세트 대사를 종일 듣다 보면 긴 하루가 저문다. 보호자침대에 머리를 대고 누우니 눈물이 양옆으로 주르륵 흐른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거다. 작은애는 일곱 살에 돌아누워 숨죽여 우는 법을 배웠다.

집에 돌아와 거실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캐리어를 정리할 기력도 없다. 2시간 지난 음식은 작은애가 못 먹는다. 밥만 겨우 지어 김에 싸서 먹이길 두 끼 연속이다. 이래서 병원에서 보호자도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줬구나. 잘 먹여도 시원찮을 판에 조미김에 의지하고 있다. '난 못해, 못하겠어'

작은애는 쓴 약을 먹고 가글을 하고 좌욕을 한다. 물론 하기 싫다고 짜증을 낸다. 자주 속상해하고 운다. 언니가 아삭아삭한 생김치를 먹으면 운다. 매일 어린이집과 친구를 그리워한다. 아침 10시만 돼도 언니는 언제 오냐고 찾는다. 아픈 것만큼이나 심심함에 괴로워한다. 햇빛도 보면 안 되니 자가격리가 따로 없다. 심지어 똥도 닦으면 안 된다. 물로 씻어주고 드라이기로 말려줘야 한다. 신생아를 키우는 기분이다. 작은애한테 "이거 했니?" 확인하고 "이거 해라." 잔소리가 늘었다.

집안일 중에 가장 기피했던 물걸레청소를 이제 매일 한다. 물걸레청소는 노동이다. 하고 나면 등이 땀으로 젖는다. 식탁 밑에 밥알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 노하우가 생겼다. 놔두면 굳어서 청소기로 빨아들이기 쉽다. 나는 살림의 달인이 될 거다. 조금씩 집안에 짐을 치우고 있다. 그러다 벌레라도 나오면 대청소로 이어진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55주가 남았다. 맙소사. 말도 안 돼. "힘들어서 못 하겠어." 내 말에 큰애가 동생한테 간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죽어." 작은애가 받아친다. "그럼 언니가 아파봐." 파국이다. 이럴 때 사라지고 싶다. 애들 앞에서 힘든 소리 한 걸 후회한다. 매일 대환장 파티다.

아이들과 직업에 대해 말하던 중, 작은애가 "엄마는 왜 아무것도 안 됐어?" 묻는다. '아무것도 안 되고 네 옆에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시점에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니. 해병대에 온 줄 알았는데 특수부대다. 오늘 하루치 힘을 빈다. 고꾸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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