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암을 앞두고

이제는 노는 모양이 달라졌다.

by 공글이

작은애 1차 항암이 끝났다. 7주가 걸렸다. 이틀 뒤에 2차 항암을 시작한다. 1차 항암 때 응급실에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일주일 넘게 먹는 족족 토해서 갔고 또 한 번은 열이 나서 갔다. 응급실에 가야 했던 밤이 어려웠다. 영남대병원에 갔더니 야간에는 소아과 진료가 없단다. 그래서 경북대병원으로 다시 가야 했다. 네 가지 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다음에도 열이 나면 서울로 가란다. 밤엔 기차도 없는데 어쩌나. 난감하다. 남편이 응급실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저녁 8시에 나가서 다음날 아침 6시에 돌아왔다.

입안이 아프다는 말로 봐서는 구내염이 예상됐다. 생리식염수 가글을 더 자주 하면서 지켜봤다. 다행히 그 뒤로 열이 안 났다. 높은 열도 아니었는데 37.5도만 넘어도 비상이니 긴장이 된다. 가까운 울산대병원이나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가도 되면 좋으련만.

조각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작은애가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항암 때문에 못 먹는다.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언니만 먹을 때 작은애가 운다. 되도록 그런 상황은 피한다. 어쩌다 그렇게 되자 작은애가 홧김에 볼펜을 던졌다. 나는 던지는 행동에 꼭지가 돈다. 주걱으로 작은애 발바닥을 때렸다. 그날은 종일 기운이 쳐졌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작은애가 묻는다. "엄마는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싫었지?" 뜨끔했다. 작은애가 느꼈나 보다.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더니 다시 묻는다. "하트가 이렇게 작아졌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머리를 굴렸다. "하루종일 네가 싫었던 게 아니고 하트가 100개에서 한 개 줄어서 99개가 된 거야." 나는 하트가 고작 한 개가 줄었고 여전히 널 많이 사랑한다는 의도로 말했는데 안 먹혔다. 작은애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 "엄마는 내가 싫구나?!" 작은애한테는 하트 한 개의 존재감이 이다지도 크구나.

어떤 날은 "엄마는 언니가 예뻐? 내가 예뻐?" 묻는다. 둘 다 예쁘다는 말은 이제 듣지도 않는다. "나는 눈이 예쁘고 언니는 안경이 예뻐. 그렇지?" 일곱 살이 열 살 언니를 돌려 깐다. 작은애의 최대 관심사는 이것이다. "엄마는 언니를 더 좋아하지?" 잊을만하면 또 묻는다. 이때도 둘 다 좋아한다는 말은 안 듣는다. "엄마는 언니를 3년 먼저 좋아했잖아! 엄마는 새엄마야. 나는 낳아준 엄마가 있으니까." 일곱 살이 서른여섯 살 엄마를 돌려 깐다.

큰애와 따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엄마 나는 요즘 현실의 무게가 무거워." 개학을 앞두고 있는 초등학생의 고뇌가 엿보인다. "동생한테 화가 나." 대화의 주제는 금세 동생으로 옮겨졌다. 어떨 때 그렇냐고 묻자 대답이 쏟아진다. "엄마가 나 혼낼 때 동생이 갑자기 잘 먹었습니다 하면서 말 잘 듣고 엄마랑 서울 갈 때 나보고 언니 불쌍하다 안녕 이렇게 말한다고." 둘은 현실자매다.

작은애는 어린이집과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한창 친구랑 놀 나이인데 짠하다. 작은애가 단짝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친구한테 주겠다고 매일 종이접기를 하고 정성스럽게 색칠한다. 언니도 같이 간다니까 안 된다고 단호히 선을 긋는다. 온전히 친구와 놀고 싶어서 그런가. 음악분수가 나오는 생태관에서 친구를 만났다. 뛰다가 넘어져서 무릎과 손바닥에 피가 났다. 세균에 감염되면 어쩌지 생각부터 들었다. 쌩쌩 지나가는 킥보드에 부딪힐까 봐 밀착 경호를 하게 된다.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위생장갑을 씌운다. 서서 분수를 보더니 내게 와서 붇는다. "엄마 나 바닥에 앉아도 돼?" 작은애도 세균을 신경 쓰는 게 느껴진다. 친구가 데려온 강아지를 못 만져서 속상해한다. 이제는 노는 모양이 달라졌다. 그래도 친구를 만난 기쁨이 더 크다. 2차 항암을 앞두고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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