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항균 사이 균형잡기 어려워
작은애 입원을 앞두고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콧구멍을 쑤실 때 역대급으로 아프더니 코피가 났다. 입원예정일은 나왔지만 당일 오전에 자리가 나야 갈 수 있다. 소아암병동에 입원이 미뤄지는 건 예삿일이다. 기차표를 몇 개씩 예약해 둔다. 48시간이 지나면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이 이틀 이상 미뤄지지 않아야 할 텐데.
항암치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싸움이다.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집에 두면 안 된다. 주변에서 식물은 의아해한다. 흙에 있는 균 때문에 그렇다. 예전에는 화분 흙에 균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다. 그저 공기를 정화해 주는 이로운 존재였다.
요리할 때는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쓴다. 식재료는 3번씩 씻는다. 만들고 2시간 지난 음식은 못 먹는다. 단, 냉장실에서 하루는 봐준다. 냉동실에 보관한 음식도 2주 이내에는 먹어야 한다. 냉동실에서 꺼내 먹을만한 게 없다. 몇 달 전에 얼려놓은 떡국 떡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있다. 유통기한이 남은 냉동떡갈비나 만두도 그런 처지다. 음식도 그때그때 만들어 먹으니 냉장실에는 야채칸만 채워져 있고 텅텅 비었다. 된장, 고추장, 김치 정도만 덩그러니 있다. 찍어먹는 소스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준다. 낱개로 포장된 잼을 산다. 위생에 신경 쓸수록 1회 용품을 쓰게 되고 설거지도 쌓인다.
장을 볼 때도 순서가 있다. 냉동은 맨 뒤에 장바구니에 담고 최대한 빨리 집에 온다. 냉장육을 산 날에는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집에 환자가 있으니 밥상을 차리는 일이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식재료가 신선할 때 먹어야 하니까 장을 볼 때 신중해진다. 이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연관 메뉴들을 떠올린다. 잘해 먹이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전에는 김에 밥을 싸 먹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김 싸 밥'(김에 싸 먹는 밥)은 매우 실망스러워한다.
최근 작은애의 몸무게가 줄었다. 아침과 저녁은 밥을 먹고 점심은 과일이나 떡, 핫도그, 콘프레이크를 먹는다. 과일도 껍질째 먹는 딸기나 포도, 체리, 자두는 안 된다. 껍질이 두꺼운 멜론, 바나나, 오렌지, 수박은 괜찮다. 사과나 배는 껍질을 일부러 두껍게 깎아 먹인다. 떡이나 빵도 당일에 만든 것만 된다. 작은애가 살이 쪘으면 좋겠는데 세끼 다 밥 먹기 지겨워한다.
세균 다음으로 먼지도 조심해야 한다. 매일 물걸레질을 한다. 작은애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던 모래놀이도 할 수 없고 나뭇잎과 돌멩이조차 맨손으로 못 만진다. 웬만한 건 다 세균으로 보이던 때가 있었다. 외부인도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작은애가 심심해한다. 엄마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기랑 놀아줬으면 좋겠단다. 아침에는 아빠 회사에도 따라가고 싶어 한다. 학교 간 언니를 오전 10시부터 기다린다. 언니 언제 오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언니가 문 여는 소리에 격하게 반긴다. 격한 환영이 큰애에게는 공격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큰애는 간식 먹으면서 만화책 보고 싶은데 작은애는 같이 놀자고 조른다. 이런 구조가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균을 멀리하면 심심해지고 뭘 좀 하려면 세균을 감수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어렵다. 항암 8차 중에 3차를 지나고 있다. 작은애의 월화수목금을 무엇으로 채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