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에서 소속감

"가족이라고 안 느껴져?"

by 공글이

작은애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소아정신과 의사가 "아이에게서 우울감과 위축이 보이는데 엄마 보기엔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작은애가 낯을 가려서 의사와 눈을 안 마주치고 대답도 안 하는 거라 여겼다. 집에서는 잘 놀고 말도 하니까 수긍이 안 갔다. 그러고 몇 번 더 진료를 봤다. 의사가 놀이치료를 권했지만 높은 비용에 시착을 못 했다. 그러던 중에 심리검사를 받게 됐다. 결과를 듣고 많이 놀랐다. 예상보다 작은애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의사는 항우울제를 반년 넘게 먹고 놀이치료를 꼭 받으라고 했다. "우리 아이가 약 먹을 정도인가요?"

'가족 안에서 소속감을 못 느끼고 정서적 안전기지가 없다'는 그림검사 해석을 듣고 낙심했다. 구멍이 뻥뻥 뚫린 부모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침울했다. 저녁 먹다가 넌지시 물었다. "너 우리 가족이 내 가족이라고 안 느껴져?" 작은애의 "그렇지." 대답에 큰애가 받아친다. "그렇겠네. 넌 낳아준 엄마가 있으니까. 그럼 가." 작은애가 발끈한다. "언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 무슨 해괴한 대화인가. 고민이 깊어진다. 큰애가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진다. 자기가 친생자니까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지 큰애와 대화를 해보면 또 그건 아니다. 입양에 대해 선입견이 없어서 어른보다 낫다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큰애의 팩트 공격에 한계 설정을 놓친 것이 후회스럽다. 명백히 작은애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말이다.

내가 낙심했던 이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아서다. 어려움을 결핍의 측면에서 봤다. 어쩌면 소속감을 못 느끼는 게 아이의 기본값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겠다. 이런 한계를 내가 받아들여야 하나. 결핍을 채울 수 없다는 무력감,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는 막막함, 생각지도 못했던 소속감 이슈 등장에 당혹스러웠다. 입양은 이다지도 속 시끄러운 일이구나. 전에는 이 좋은 걸 왜 안 하나 싶었는데.

입양모임에서 '부모가 알아야 할 입양인의 속마음 20가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입양인의 상실감에 대해 다뤄서 마음이 무겁다. 최근에는 '모두의 입양'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 입양인의 특수욕구를 다룬 부분이 와닿았다. 결핍이라고 느꼈던 부분이 특수욕구로 보이니까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입양인에게는 특수욕구가 있다.

무엇이 소속감을 못 느끼게 했을까. 어떻게 하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일단은 큰애의 팩트 공격으로부터 작은애를 지킬 필요가 있겠다. 특히 "낳아준 엄마한테 가라"는 말은 금지해야 한다. 감정카드와 보드게임을 활용해서 유쾌하고 진솔한 시간을 보내는 건 실천할 만하다. 이번에 신청한 바우처가 선정돼 둘 다 놀이치료를 1년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물복용과 놀이치료를 병행하니까 효과가 있을 거다.

한 번씩 작은애가 입양에 관해 유독 말을 많이 할 때가 있다. "엄마는 내 진짜 엄마가 아니야.", "낳아준 엄마가 지어준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 이 정도는 약과다. "왜 엄마가 날 입양했어? 더 좋은 엄마도 있었을 텐데." 이건 타격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몇 살까지 살 거야? 엄마 오래 살아야 해." 말한다. 작은애의 복잡한 심정이 느껴진다. 자녀에게 든든한 정서적 안전기지가 되고 싶은데 어렵다.

keyword
이전 18화가정 내 갑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