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3학차가 저물어 간다.
입학부터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달리는 기차에 계속 몸을 실을 수도, 내릴 수도 없었다" 박사 선배의 조언이 생각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것이 나는 매우 어렵다.
PDF 파일을 왜 만드는지, 어떻게 전환하는지 모르는 컴맹이었고
논문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만 아는 수준이었고
로샤를 접하며 뭐 이런 검사가 다 있나 싶었다.
학교 간다고 고속도로 운전했던 날, 차선변경이 어려워 남방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났었고
처음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고 해석했던 때는 3주간 쩔쩔매면서 보고서를 썼다.
효능감을 못 느낀 지 오래다.
자신 없고 막막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나?'
'이건 또 어떡하지?'
애도상담에 관심이 많아서 상실을 연구하고자 한다.
연구대상자 모집 목표 인원수는 250명이다.
이번 주가 마감인데 70명이 덜 채워진 상황이다.
응답을 가려내고 기프티콘을 보낸 후 데이터를 돌려야 할 텐데,
아주 매우 너무 막막하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끝까지 해봐" 설문 참여를 부탁하던 나에게 친구가 해준 애정 어린 응원, 고맙다!
내가 쓴 논문이 학술지에 등재되는 그날이 올까.
학위논문이 통과해서 졸업하는 그날이 올까.
수련시간을 채우고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그날이 올까.
요즘 누군가 "힘들지?"라고 물으면 대답보다 눈물이 먼저 핑 돈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계속 타고 가자니 환장할 노릇이다.
친구 말처럼 내가 선택한 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