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유럽 여행 가고 싶단 말에
남편이 동남아 휴양지는 어떠냐고 했다.
(여름에 애들 데리고 유럽 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내 여행취향은 휴양이 아니라서 남편의 제안이 끌리지 않았다.
남편이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책을 하나씩 주문하더니
1월에 항공과 숙박 예약을 했다.
남편한테서 "예약할게", "예약했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 진짜 유럽 가나 봐, 어떡해' 마음이 일렁거렸다.
유럽 가기 일주일 전까지 바빴던 나는 벼락치기로 여행을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부터가 여행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기간을 누리지 못한 게 아쉽다.
남편이 A부터 Z까지 준비한 여행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카투사 출신인 남편이 영어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독일어 회화도 가능한 줄은 이번에 알았다.
제2외국어로 독일어 배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놀람.
남편의 외국어 실력 덕분에 편했다.
평소에도 '남편이 나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그만큼 나한테는 남편이 은인이다.
유럽여행 내내 아내를 만족시키려고 애쓰는 남편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동받았다.
남편도 유럽이 처음인데
아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거를 물어보고 맞춰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어쩜 이럴 수 있을까.
나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나 남편 있지'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한국에서도 반하는데 유럽에서도 남편한테 반했다.
결혼 15주년을 기념하는 여행답게 남편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충전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