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점도 보자면

by 공글이

아침에 설거지하다가 문득

'엄마로부터 받은 밝은 점도 있을 텐데'

의지적으로 떠올렸다.


우선

엄마는 나를 곧잘 안아줬다.

찹쌀모찌로 시작한 '모쪼시'라는 애칭으로 불러줬다.

밥 해줄 때 귀찮은 내색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집안일을 할 때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장이 서는 날이면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몇 정거장을 걸어가셨다.

가을이면 알밤을 삶아서 먹기 좋게 깎아주셨다.

밤중에 자다가 배고파서 엄마를 깨우면 반쯤 뜬 눈으로 밥상을 차려주셨다.

이불에 지도를 그린 날에도 혼내지 않았다.

엄마는 속옷과 수건을 폭폭 삶았다.

엄마는 뜨끈한 미역국에 밥과 김장김치의 꽁지를 말아먹으면 맛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뿐인가.

군고구마용 냄비를 사서 겨울이면 김치 올린 고구마를 먹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수제비를 끓여 냄비째 학교 앞까지 가져온 날은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엄마의 성실함을 보며 가난해도 죽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아빠가 대학가지 말고 공무원시험 준비하라 했을 때

엄마는 내가 수시 원서를 여러 군데 지원하는 걸 허락해 줬다.

장학생으로 뽑혔어도 낼 돈이 없었는데

엄마는 친정식구들에게 알려 첫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주셨다.

내가 스물넷에 결혼할 때

엄마는 아파트 청소 일을 하며 오백만 원을 모아 주셨다.

내가 유산했을 때

엄마가 같이 산부인과에 가줬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주말부부라 혼자였는데

엄마가 함께 육아해 줬다.


무엇보다

엄마를 보며 마음의 병이 몸이 아픈 거 못지않게 중하다는 걸 알았고 여태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을 가족으로 두었기에 진심으로 내담자를 대한다.

내담자에게 치료적 효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노력한다.


우울이 깊은 엄마가 물었다.

"너 혹시 나 때문에 이 공부 시작한 거야?"


맞다.

엄마가 내 공부의 이유, 시작,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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