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수행평가서

by 공글이

학기가 끝나면 수행평가서를 받는다.

학부, 석사 때는 수행평가서가 없었기 때문에

왜 주는지도 모른 채 받았다.

이 학교의 관례인가?

수행평가서에 미도달이 뜨면

졸업을 못 한다는 걸 오늘 알았다.

박사과정 수료한 다음에 알게 되다니. 머쓱


수행평가서 뒷장에 적힌

교수님의 메모를 보자마자 눈이 빨개졌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그래서 기대하게 된다고'


박사과정 입학한 후로

해내야 할 과업은 나의 역량을 넘어선 것들 뿐이라

노트북을 켤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나?'

'어떡하지?'

자신이 없고 막막했다.


첫인상을 좋게 봐주셨던 교수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으나

한계를 마주하는 게 다반사였다.

'여기까지인가?'

'노력으로도 극복이 안 된다면?'

'그런데 나 최선을 다 했나?'

실망이 쌓여 교수님이 날 포기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너무 좋은데 긴장이 돼서 만나면 버벅거렸다.


오늘 교수님의 메모를 보고

마음이 놓인다.


여전히 어렵고 막막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볼 용기가 난다.


성적표보다 수행평가서가 더 값진 마지막 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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