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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글이 Aug 12. 2023

나의 내담자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상담이 종결된 뒤로 어떻게 지내세요? 평안한 지 안부가 궁금해요. 누구 하나 쉬운 주제가 없었는데. 이제 내담자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얼굴과 주호소문제는 기억나요. 

 저는 대학상담센터에서 수련을 2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짧게는 5회기, 길게는 1년에 걸쳐 만난 내담자도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으로 애도상담을 맡았던 때에 공교롭게 제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그때부터였을까요. 언젠가 박사과정에 간다면 애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어요. 내담자에게 남은 상담을 리퍼할지 계속 같이 할지 물었잖아요. 내 아버지도 돌아가셨다고. 이슈가 서로 맞물렸는데 내가 하는 게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지 확신이 없었어요. 그때 저만 괜찮으면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해준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말하지 못했지만 1년에 걸쳐 만나면서 내담자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이제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는 게 불편하지 않다는 말에 안심이 되더군요. 상담목표를 이루었던 제 성공경험으로 남았죠.   

 제가 눈물이 많아요. 상담에서는 안 울려고 꾹 참아요. 그러다 한 번은 같이 울었어요. 미숙함이 미안했어요. 어떨 때는 상담 중에 답답했어요. 주지화가 강한 내담자에게 주로 그래요. (저도 한 주지화합니다) 

 한 번씩 상담 끝나고 뽕 맞았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상담효과가 체감될 때 그랬어요. 대화만으로도 치료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가? 의구심이 있었어요. 상담이 뭐가 좋아? 효과가 있어? 그거 하면 나아져? 주위에서 묻기도 하고요. 상담으로 변하는 걸 봤어요. 내담자는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주호소문제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졌어요.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인생의 짐이 가벼워졌어요. 상담자로서 효능감을 느꼈죠.

 리퍼한 내담자도 기억나요. 자살충동이 있었던 고위기 내담자였어요. 리퍼된 뒤로 나아지나 싶었는데 잠수 탔다는 마지막 소식을 들었어요. 생존이 걱정되는 내담자. 안전하길 바라요. 

 수련을 마치고 청소년동반자에 지원했어요. 초, 중, 고등학생을 만났어요. 아이가 아프면서 3개월 밖에 못 했어요. 도중에 그만둬 내담자에게 무척 미안했어요. 지금은 느린 학습자 청소년 두 명을 만나고 있어요. 여태까지 정서를 위주로 다뤘는데 학습상담을 하게 돼서 낯설었어요. 이제 4개월에 접어들었네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저를 잘 써먹어 줬으면 좋겠어요. 

 가끔 현타가 와요. 상담을 배우는 게 돈이 많이 들거든요. 돈지랄하는 거 같고. 근데 현장에서 상담자 처우는 낮고.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은 존재감 뿜뿜이고. 파트타임을 구하면서 풀타임 경력이 있는지 물어요. 피라미드 구조에서 이제 겨우 돈 벌 수 있는 일개미예요.

 그럼에도 상담자로 살고 싶어요. 의미 있는 대화가 좋아요. 전문성과 인간성을 갈고닦는 과정이 가치 있어요. 나의 내담자들 잘 지내줘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있어요. 여러분을 만났던 것이 제게 큰 공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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