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

각자의 입장에서

by 공글이

# 1.

내 나이 칠순을 넘었다.

오랜 세월 신장투석을 했던 남편은 재작년에 하나님 품에 안겼다.

큰아들네는 타 지역에 살고

작은아들네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마음 맞는 교회 사람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교회에서 주방을 맡은 지 오래됐다.

음식 만드는 거라면 자신 있다.

특히 김치는 내 자부심이다.

고혈압 관리대상이지만 건강한 편이다.

아직 운전도 한다.

자가는 아니어도 30평대에 거주하고

빠듯해도 혼자 살 정도의 돈은 있다.

내게 한 가지 걱정이라면

큰아들네와 작은아들네 사이가 안 좋다는 거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남들은 나한테 걱정할 게 없겠다고 하지만 큰 기도제목이다.

특히 명절 때면 며느리 눈치를 본다.

평생 시집살이 했는데 이제 며느리 눈치 보는 내 팔자에 한숨이 나온다.

차라리 나 혼자 부엌일 하는 게 속 편하다.

그래서 음식 다 만들고 나면 오라고 한다.

설거지도 하지 마라고 한다.

내가 다 해도 좋으니 자식들 간에 사이가 나아지면 좋겠다.

큰며느리가 작은아들네한테 너무 냉랭하다.

말 한마디 섞질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거니 했는데 벌써 십 년이 다 돼 간다.

작은며느리는 자주 아파서 짠하다.

이번에도 손목에 붕대를 감고 왔다.


# 2.

내 나이 마흔을 앞두고 있다.

스물넷에 이보다 더 좋은 남자는 없다는 확신을 했다.

결혼 생활 16년 차다.

남편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야말로 진국이다.

시어머니는 권사님, 시아버지는 장로님이신데

시댁 분위기는 절간이다.

나도 조용한 편이라 난감하다.

시아버지께서 "너는 며느리가 아니라 딸로 우리집에 오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기억했다가 시댁에 갈 때마다 사주셨다.

물심양면으로 퍼주셨다.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떠올리면 받은 사랑이 많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는 건데 부응하고 싶어서 나도 애를 썼다.

시어머니께서 "너는 요즘며느리 같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시어머니는 성품이 좋으시다.

솔선수범하시고 늘 배려해 주신다.

그런 시어머니께 내가 상처를 준 적도 더러 있었다.

"자주 전화드리는 게 숙제하는 기분이에요" 라던지.

시어머니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마운 마음밖에 안 남았다.

시어머니께 잘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명절이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시댁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매번 늦고

손목에 붕대 감은 동서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말을 섞고 싶지 않다.


# 3.

나도 곧 마흔이다.

서른에 결혼했다.

병원에서 유산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두 아이를 낳아 감사하다.

자주 몸이 안 좋다.

코로나 시국 초반에 심하게 걸렸었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도 겪었다.

후유증이 남았다고나 할까.

전에도 느꼈지만 아주버님은 참 가정적이다.

애들한테 하는 거나 형님한테 하는 거 보면 부럽다.

동갑인 형님이랑 잘 지내고 싶었는데 신혼 때부터 삐걱거렸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우리 부부한테 쌀쌀맞다.

설거지 안 한다고 뭐라 하던데

십 년도 다 돼 가는 일로 아직 꿍해있는 건지.

손 윗사람답게 품어주면 얼마나 좋나.

찬바람이 쌩쌩 분다.

시댁에 가면 식사 때 말고는 형님 혼자 방에 들어가 버린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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