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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글이 Sep 02. 2023

엄마랑 나는 너무 안 맞아

 작은애 JTCI(기질 및 성격검사 아동용) 결과지를 받았다. 나도 같은 검사 결과지가 있어서 나란히 놓고 봤다.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래프 방향이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입증했다. “엄마랑 나는 너무 안 맞아” 작은애 말이 맞다. 서로가 괴롭다. 집에 TCI(기질 및 성격검사 성인용) 자료가 있어서 찾아봤다. 엄마가 상담자라 좋은 점은 이럴 때다.  

 작은애의 기질은 자기도취적인 유형이고 나는 조심성이 많은 유형이다. 작은애 기질을 풀어보면, 자신을 겉으로 표현하기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집에서 애정표현이 제일 많다) 열정이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신중한 사람이다. 그래서 작은애가 ‘투머치’로 느껴졌던 거다. 작은애의 풍부한 감수성이 나는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정서로 느껴질 때가 있다.         

 작은애의 성격은 비협조적인 유형이고 나는 독창적인 유형이다. 작은애가 여덟 살이라 검사문항체크를 내가 했다. ‘내가 애를 이렇게 느끼고 있었구나’ 살짝 충격이었다. 이 유형의 해석을 보니 작은애와 안 맞다. ‘혼자 돋보이려 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가 해석인데, 글쎄 아니올시다. 독창적인 유형은 ‘예술에 관심이 많고 노력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해석이 나랑 맞다.

 TCI는 기질을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차원에서 본다. 나는 자극추구는 낮고 위험회피가 높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화를 더디 낸다. 작은애는 자극추구가 높고 위험회피는 보통이다. 욕구가 좌절될 때 쉽게 화를 낸다. 바로 이 점이 엄마로서 애로 사항이다. 여기에 빨간 밑줄을 치고 싶다. 나는 ‘이게 그렇게까지 화 낼 일이야?’ 싶은 일이 작은애는 화가 날 만한 일인 거다. 자기를 표현하는 기질이니까 온몸으로 발산했던 건데 내 눈에는 문제행동으로 보였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고 느꼈다. 그러니 내가 체크한 작은애의 성격이 비협조적인 유형으로 나왔겠지. 기질의 큰 맥에서부터 서로 다르다.  

 사회적 민감성은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파악하는지를 보는 건데 내가 이 점수가 굉장히 높다. 상담자로서는 득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의존적이고 에너지가 낮은 이유로 예상된다. 작은애도 사회적 민감성이 평균보다 살짝 높다. 기질의 마지막 척도인 인내력을 보자면, 우리 둘 다 높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TCI는 성격을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 차원에서 본다. 나는 자율성이 높다. 자율성이 낮으면 남 탓을 하는데 작은애가 자율성이 낮다. 뭐만 하면 “엄마 때문이야” 내 탓을 한다. 연대감은 나와 타인(사회)의 관계를 보는 측면인데 나는 보통이고 작은애는 낮다. 연대감이 높으면 협력을 잘하고 낮으면 혼자 행동한다. 이 부분은 갸우뚱하다. 작은애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자기초월은 자신을 우주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건데 나는 높고 작은애는 보통이다.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거나 경이로움을 잘 느끼면 이 척도가 뜨는 것 같다. 자기초월이 높아서 좋은 점은 불확실성을 잘 견디고 결과를 몰라도 과정을 즐긴다는 점이다. 

 TCI 결과지를 보며 나와 작은애를 한 발짝 더 이해하게 됐다. 기질적으로 ‘이래서 우리가 안 맞네’ 확인했다. 기질이 다른 자녀를 키운다는 건 나의 지경이 확장되는 경험이다. 매 순간 사랑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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