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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글이 Sep 06. 2023

셋째병과 박사병

 1월에 도지는 병은 셋째병이요, 9월에 도지는 병은 박사병이다. 

 가족사진을 꽉 채우고 싶었다. 둘은 기본이고 셋은 돼야 완성되는 느낌. 호수 같은 남편이 내게 불허하는 두 가지가 채식과 셋째다. 신혼 때부터 평행선이다.

 큰애가 태어나 처음 한 말이 엄마 아빠도 아닌 "아니야"였다. 브로콜리 들어간 이유식을 향해 "아니야" 손을 저었다. 작은애는 물에 들어간 고기는 먹지 않는 진정한 고기파다. 채식은 나만의 바람이고 절충해서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꾸린다. 

 셋째병은 올해 고쳤다. 자식 키우기 힘들다 하면서도 혼자 개월수를 헤아렸다. 완경기 때까지 셋째병이면 어쩌나 했는데 말끔히 접어져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제 9월이다. 박사병이 도졌다. 마음에 품고 있는 교수님이 있다. 정년이 남아있고 인품에 치명적인 흠이 없으며 논문을 봐주시는 분. 천국 갈 때 논문 들고 갈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박사가 가고 싶을까. 

 석사 때부터 애도상담으로 논문을 쓰고 싶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실을 겪는다. 그럴 때 애도하고 넘어간다면 어떨까. 한결 삶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나는 삶에 애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성과 진솔성을 갖춘 상담자로 애도여정에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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