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 중이었다.
큰애가 2100년에 자기는 할머니란다.
엇.
살면서 2100년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때 되면 나는 없겠구나.
공상과학에서 봤던 것처럼 변하려나.
운이 좋다면 앞으로 40년 더 살 거 같다.
내가 처음 겪은 죽음은 외할아버지였다.
비가 오던 날 산에 올라가 외할아버지 관을 묻었던 기억이 난다.
오토바이 타고 논에 가던 외할아버지는 골목길에서 조카의 차에 치여 돌아가셨다.
다음날 서울 사는 아들네 갈 거라고 짐을 다 싸놓으신 채.
외할버지께 선물로 종이학을 병에 가득 담아 드린 적이 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외가댁 서랍을 열면 그대로 있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내가 시근이 들었을 때다.
아빠는 임종을 지키느라 먼저 가 계셨다.
택시 타고 장례식장 가는 길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달리는 택시 창에 새 한 마리가 와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날아갔다.
마치 친할머니의 작별인사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죽었는데 세상은 그대로여서 이상했다.
아무 티도 안 난다는 게 허무했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100년은 모르겠고 일단 2024년은 잘 살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