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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썰 풉니다.

by 공글이

좋은 말로 근검절약이고 인색하다는 걸 인정한다.

인색한 썰을 풀자면 카테고리로 만들 수도 있다.

우선 내가 나에게 가장 인색하다.

'김 한 봉지(도시락 김)를 다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서른 중반이 넘은 이 나이에 의지적으로 김 한 봉지를 다 먹어봤다.


신혼 때 남편은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고행하는 거 같아"

더 거슬러 가면 대학 때 친구는 말했다.

"그래 너는 평생 저렴이로 살아라"


욕구가 좌절될 때 폭발적으로 화내는 작은애만 문제라고 봤다.

"엄마가 날 화나게 하잖아!"

나의 인색함이 작은애의 욕구 좌절에 한몫했음을 인정한다.

더워서 일주일에 한 번 아이스크림 사달라는 아홉 살한테

"감기증상이 없고 30도가 넘는 날이면 사줄게"

나를 어쩌면 좋을까.


일주일에 한 번 아이스크림 먹는 날마저 29도라는 이유로 안 사줬던 날

작은애는 뒤집어졌다.

씩씩거리며 아파트 화단에 풀을 쥐 뜯어 던졌다.


나는 보통의 수준을 모르겠다.


관리비 고지서에 '당신은 절약의 달인'이라고 적히는 삶은 살 줄 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울 때는 몇 십만 원씩 선뜻 보내면서

그 외에는 소비가 불편하다.


식사 후 카페에 가는 코스는 아직도 의아하다.


나는 보통의 수준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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