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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서 혼냈다.

by 공글이

아홉 살을 온 힘을 다해 혼냈다.

집요하게 혼냈다.


설거지하다가 또 화가 난다.

방에서 놀고 있던 아이를 불러내서 한번 더 혼냈다.


나 왜 이러지?


아버지는 폭발적으로 화를 내곤 하셨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펐지만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 그럴 일은 없겠구나'


손주들은 잘 놀아주고 잘 사줬던 할아버지로 추억한다.

작별한 지 4년이 지났어도 할아버지 얼굴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나의 사랑이자 나의 고민인 작은 딸, 아홉 살이 폭발적으로 화를 내곤 한다.

그럴 때 나는 온 힘을 다해 혼낸다.

나에겐 엄청난 비상상황인 거다.


화산이 터지는 집안 분위기에서 무력했던 나는 자라서 엄마가 되었다.

아홉 살을 어른 상대하듯 대처한다.


아홉 살에게서 아버지를 본 거다.


분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이제 어른인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데


분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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