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량이 늘었다.

by 공글이

박사과정 2학 차인 나는 종강을 앞두고 있다. (나보다 남편이 더 종강을 기다린다)

3월에 입학하고 한 달 만에 '석사까지만 할걸' 현타가 왔었다.

석사까지는 공부가 즐겁고 재밌었다. (모든 긍정적 표현을 갖다 붙여도 될 정도로)

심지어 외국 유학을 가고 싶었다.

내가 공부와 잘 맞는구나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은 다르다.

전공 공부도 어렵고 연구실 생활도 어렵다.

과제를 구현해 내기 위한 컴퓨터 작업은 청량고추급으로 맵다.

자기 주도식 공부를 하는 곳이다.

압박을 스스로 생성해 낸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지도교수님을 잘 만났다.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만큼 교수님이 좋다.


입학한 후로 효능감을 못 느꼈는데 1년을 돌이켜보니 역량이 많이 늘었다.

우선 운전이 늘었다.

여전히 차선변경할 때면 움찔움찔 하지만 운전해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지능검사, 로샤가 넘지 못할 산이었는데 실시, 채점,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논문도 막막했는데 이제 변인이 정해졌다. (교수님의 질문 자체를 못 알아들어서 답답한 건 현재진행형이다)

어려운 관계도 있지만 1년 사이에 친해진 사람들을 생각하면 커버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역량이 늘어서 참 감사하고 뿌듯하지만

누군가 박사과정을 고려한다면 나는 비추다. (소곤소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밤에 남동생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