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난 기다림이 매우 힘든 사람이다. 기다리고 있는 잠시 잠깐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지겹다. 그래서 잠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휴대폰을 하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하지만 유방암 진단 후 나는 끝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다렸다. 개인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간 뒤 진단명은 그대로였지만 또 다른 충격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것이 있을까 싶었지만... 끝이 아니었다.
2021년 4월 1일.. 대학병원에서의 첫 진료 때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만 오면 된다고,, 그렇게 따라만 온다면 치료가 완료될 수 있다며 지금 있는 암 덩어리만 제거하면 별거 아니라고 말씀해 주는데 안도감이 들었고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각 과의 협진 및 검사 지시를 내리는 전문가 다운 모습에 믿음이 생겼다. 다만 지금 당장 수술할 수 없고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겁이 났고 좀 더 빠른 일정을 잡을 수 있는 교수에게 의뢰를 하겠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mri, ct, 본스캔 등 다양한 검사를 하며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연히 지금 가지고 있는 암 덩어리 수술만 하면 된다고 나름 마음 편하게 갔었는데... mri 상으로 바로 옆에 하나의 덩어리가 더 있고 이 것이 암일 가능성은 80프로 된다고 말을 들었다.. 왜 나는 이렇게 쉽게 가지 않는 것일까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두 번째 덩어리 때문에 단순한 제거 수술뿐만 아니라 지방이식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충격을 받은 엄마는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예약 환자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의사는 난처해하며 우리에게 누구에게 수술받을지 결정하라는 말만 남겼다. 또한 지방이식을 할 경우 성형외과 병동에 입원을 할 수 있어 수술 날짜는 좀 더 빨리 잡힐 수 있을 거라고 해서 그냥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달라 결정을 했다.
다른 것을 떠나 지방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냥 암 제거 수술만 하면 안 될까. 그렇게 의사에게 다시 물어보면 어떨까.. 급하게 내린 결정이었기에 집으로 돌아와 온갖 걱정과 고민이 시작되었다. 성형수술 하지 말자고 말해볼까.. 성형수술은 부작용이 많다던데.. 하지만 가슴이 이상하게 생긴 것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수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옆에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은 기수의 문제이기도 했다. 삼중음성에 2기 이상이면 선항암을 대부분이 먼저 한다는데 이 병원은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도 의아한 부분이다. 어찌 됐건 그땐 그 고민이 나의 인생에 있어 최대 고민이었다.
그러고 다시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초음파로 발견한 덩어리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하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또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의 일주일 동안 했던 치열한 고민은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성형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세우니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며 만약 암이라면 무조건 성형을 해야 하고 암이 아니라면 성형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보겠다고 하셨다. 또한 암이 아닐 경우 수술 날짜도 정했고 암일 경우 수술 날짜도 정했다. 정말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결과는 비록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이젠 기다리는 수밖에... 어떤 상황이던지 수술 날짜는 정해졌고 이젠 내 선택을 떠나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으며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하자 신기하게도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날.. 아침 8시 35분.. 시간 딱 맞춰서 갔지만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좀 더 기다리라는 말을 간호사에게 듣는데 웃음이 났다. 정말 마지막까지 기다리는구나 싶었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이거 못 기다리나 싶기도 했다. 또한 내가 기다리는 건 잘하지 라는 생각이 들자 웃음이 났던 것 같다. 결과는... 다행히 상피내암.. 암은 암이지만 침윤성이 아니기에 암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제거 수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 이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진단을 받고 소용돌이처럼 지난 간 나의 감정들.. 나의 고민들.. 나의 걱정들.. 한 달 가까이의 기다림은 나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 잠시 잠깐도 못 기다리는 내가 한 달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기다렸다는 것이 대견했다. 찰나의 한 순간을 찍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는 사진사들에게 기다림은 설렘이고 기대감이겠지만 나의 기다림은 기대감, 설렘, 여유로움이 아니었다. 정말 피를 말리는 듯한 기다림이었다. 제발 아니기를... 제발 아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한 달이었다. 하지만 내 손을 떠났다 생각한 일주일의 기다림은 나름 여유로웠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주체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편안함이 찾아오는 경험을 스스로 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은 무력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이 큰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 운명에 따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희망과 의지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 기다림의 미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