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유방암 첫 진단
2021년 3월 24일 떨리는 마음을 안고 오후 1시 조퇴를 달고 나왔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나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일 없어.. 스스로 그렇게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차를 몰고 병원까지 가면서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스스로 주문을 외우다 말다 외우다 말다,, 나중엔 지쳐서 그냥 운전만 했던 것 같다.
그전 주 금요일 밤 신랑이 나의 가슴에서 딱딱한 무엇인가 발견을 했고 그다음 날 바로 유방외과 검진받을 수 있는 병원을 검색했다. 임재양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린 결과 H유외과가 된다고 하여 오전에 출발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서늘한 기운에 방수가 되는 외투를 입고 우산을 쓰고 갔던 것이 기억난다.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한 분위기 그 분위기 탓이었을까... 의사로부터 부정적인 소견을 들었다. 유방암일 가능성이 20~ 30프로 정도 된다고.. 그럼 70~80프로는 아닐 가능성이라는 이야기니 괜찮을 거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 생각을 비웃듯 의사는 유방암 가능성이 10프로만 돼도 엄청 확률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이 정도면 가능성이 높으니 어느 대학병원을 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 두라고 말했다. 아직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최악의 경우를 미리 결론을 내리는 것인가 좀 기분이 상하고 어이도 없었다.
의사는 항상 최악을 이야기하니까...라고 생각하기엔 내가 만져봐도 딱딱하고 움직이지 않는 동그란 덩어리가 딱 왼쪽 가슴에 붙어있었다. 주말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4일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억도 안 난다. 토요일 일요일은 그냥 내리 잠만 잔 것 같다. 자도 자도 계속 잠이 왔다. 그만큼 피곤이 쌓였었나. 계속 자도 또 잠이 오는 것도 신기했다. 잘 만큼 잔 뒤에는 아니기를 바라는 기도와 암이라고 의사가 말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그냥 아닙니다. 그냥 맘모톰으로 간단하게 수술을 하면 됩니다.라는 상황이 더더욱 설득력 있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오늘 그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혼자 가지 말라며 엄마가 병원에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같이 앉았는데 의사는
"네 암이 맞습니다.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바로 경대병원에 전화를 하면 되나요?"
속사포로 묻는 엄마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정말 그 목소리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정답을 달라는 호소와 떨림이 공존했다. 정말 우리의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차분한 목소리, 계속적인 질문에 이미 지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의사의 말에 나는 그냥 엄마를 끌고 나왔다. 난 그 의사의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한 목소리에 기분이 상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같은 목소리에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신기했다.
이제 어찌해야 하지.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깜깜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다. 아직까지 내가 암이라는 생각을 인정할 수 없었다. '대학병원에 가면 아니라고 말해줄 거야.' '그 검사가 잘못된 것일 수 있어.' '그 의사는 믿음이 가지 않아 사람도 없고 당일에 바로 예약되는 병원이 뭐 그리 정확하겠어'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부정했다. 난 암이 아닐 거라는.. 나에게 이러한 시련이 닥칠 리가 없다는 생각..... 진단받고 수술하고 항암이 결정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부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