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

나를 표현한다는 것이란..

by 나비진

나는 요즘 생각이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고 미래에 가 있다. 나는 왜 지금 이 순간의 그 소소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그 다음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할까? 그런 나를 보면 죄책감이 든다. 아이와 놀아주는 이 시간을 즐겁게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지 않는 나를 보며, 아 빨리 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수련을 하고 명상을 해야 하는데.. 걸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 있기 위해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할거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결국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았다. 죽음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의 죽음을 수용하지 않는 것었다. 죽음을 수용하지 못하는 만큼 지금 현재 내 삶도 존중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자 눈을 감고 나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나를 상상했다. 나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는데..


못다 핀 꽃


내가 못다 핀 꽃 같았다. 당장 내일 죽는다면 나는 꽃봉우리의 상태로 죽는 것이다. 영정사진 속 나를 바라보는데 너무 아쉬웠다. 너무 안타까웠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눈물이 났다. 꽃이 활짝 피는 것은 나에게 미래였다. 현재가 아닌 미래.. 그래서 내가 자꾸 미래에 생각이 가 있었나보다. 현재의 내 모습은 그냥 안타깝고 아쉬운 상태였다. 나를 많이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지금의 나를 수용하고 있지 않았나보다.


피지 않은 꽃봉우리도 꽃인데 지금의 꽃도 꽃이라 받아들일래? 라고 물어보니 또 그건 싫었다. 꽃을 피우고 싶었다. 하루, 하루, 하루를 꽃잎 한장, 꽃잎 한장, 꽃잎 한장씩 피면서 보낸다면 내일 내가 죽는다 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활짝 핀 꽃은 아닐지언정..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욕구카드를 뽑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오늘 나는 아름다움이란 욕구를 뽑았다.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못다 핀 꽃'을 떠올린 것이 어제였기에 아름다움이란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졌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욕구카드 한장을 더 뽑았다. 그 카드엔.. 자기표현, 개성이란 욕구가 써 있었다. 아.. 그렇지 내가 산책을 하다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꽃은 항상 자신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꽃이었다. 그 색깔은 상관이 없었다. 흰색이면 흰색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꽃, 보라색이면 보라색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꽃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바로 나 여기 있어.. 나야 나.. 이렇게 자신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컸었는데 이를 하지 못하고 있었고 퇴원 이후에 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한 한달 반 정도 하다가 멈추었고 멈춘 상태로 지금을 보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글로 표현하던 음악으로 표현하던 표현하고 있을 때는 현재가 만족스러웠다. 지금 내가 이 순간에 있지 못하고 미래에 있었던 이유는 미래에 나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고싶어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매일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나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브런치가 그런 통로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꽃잎 한장, 한장, 한장, 펼쳐나가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소소한 기쁨과 충족을 느끼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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