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항상 타인의 시간에 따라 나를 움직였고 타인의 시선에 따라 나를 규정시켰다. 또한 타인의 시선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결정을 급하게 해 버린 적도 있다. 바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혼이 그것이었다.
"결혼은 했어요?"
"아니요 아직.."
"그럼 남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남들은 단순하게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없다고 대답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나는 왜 3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가 없을까... 내가 부족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라 주눅이 들고 자신감을 상실했다. 그래서 소개를 받고 결혼을 서둘렀다. 계속 싱글로 살면서 왜 결혼을 안 하는지 왜 남자친구가 없는지 질문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도 있고 충분히 그냥 내 시간 즐기며 살면 되는데 왜 그리 주눅이 들었을까?....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혼을 그렇게 타인의 시선에 쫓기듯 선택한 나 자신이 참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언제부터 이렇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것일까? 어릴 때부터 낯을 많이 가렸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남들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심지어 4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무리에서 말을 할 때 사람들의 주목하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긴 하다.
결혼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가 계획하고 시행하려고 했던 일들을 변경시켰다. 바로 유방암 진단 후 일정이었다. 사실 암 진단이라는 심각한 일이 나에게 다가왔고 그에 따른 결정은 전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못 이겨 일정을 변경했을 때 스스로 안타까우면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계획은 수술할 때까지 최대한 학교를 다니다가 수술 직전 입원을 하기 전에 병가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병가 2달을 수술 후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대학병원을 갔을 때 수술 날짜는 미정이었고 수술 잡기 전에 다양한 검사를 해야 했기에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잠시 병가를 냈었다. 일주일 병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밝히고 난 이후에 다들 왜 나오냐고 쉬어라고 불쌍하다는 눈빛과 위한다고 나에게 내뱉는 말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달랐기에 힘이 들었다.
"왜 나와? 쉬어.. 눈치 보지 말고 바로 병가 써!"
"아... 집에 있어봐야 잡생각도 나고 그냥 학교 다니는 게 낫더라고요."
"잡생각 나면 이어폰 딱 끼고 햇빛 받으며 걸으면 되지"
병가쓰라는 말에 변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씁쓸함이 밀려왔다. 내가 결정하는 것인데 왜 이래라저래라 이야기하는 것인지 짜증 나기도 하고 왜 거기다 대고 나는 일을 계속 다닐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인지 나에게도 실망하고 있었다. 마음 편하게 하며 병과 싸우는 것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까지 다니냐'라는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 시선이 사실인지 내가 자격지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내가 그렇게 느끼는 순간 스스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간중간에 해야 하는 검사들로 빠져야 하는 날들이 생기자 결국 병가를 두 달 미리 쓸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나.. 그로 인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해버리고 나의 일정까지 바꿔버리는 나..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안의 소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면 내가 원하는 결정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타인의 시선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내가 참.. 답답하고 안쓰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