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9일 수술이 결정되고 하루 전날 입원을 했다. 아침에 입원 수속을 밟고 병실로 올라가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병원 안을 돌아다녔다. 입원 수속이 11시까지니 병실로 올라가는 것은 그리 급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병실에 빨리 올라가야 침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복도 쪽 침대를 선택해야만 했다. 처음엔 약간의 아쉬움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로 가득 찼다. 옆에 병상에 앉아 계신 분이 계속 말은 걸면서도 커튼은 계속 치고 계셔서 너무 답답함을 느꼈기에 더했다.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기다렸지만 수술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내가 제일 어려 7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간호사가 말하면서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예상 시간이 빠르면 2시 반 늦으면 4시 정도라고 말했다. 새벽 12시부터 금식이었기에 그 시간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림에 익숙하다 여겼지만 이 기다림은 너무 힘들었다. 젊은 나이일수록 금식을 견디기 쉬워서 제일 마지막에 넣었다 하지만 난 밥을 한 끼만 안 먹어도 어지럽고 힘이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12시도 되기 전에 같은 방을 쓰는 환자분이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니 더더욱 힘겨워졌다. 그래도 기다림이 많이 익숙해졌다 느꼈는데 아직은 아니었나 보다. 기다림을 어려워하는 나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었다. 오후 3시쯤 머리도 아프고 견디기 힘들다 생각할 무렵 다행히 수술 준비를 시작했고 4시 조금 넘어서 수술이 시작된 것 같다.
수술대에서 교수님의 따뜻한 말은 잊지 못한다.
"많이 기다렸죠? 다행히 브라카는 음성입니다. 마취하면 서서히 의식이 사라질 건데 금방 끝날 겁니다. 걱정 마세요"
브라카가 음성이라는 좋은 소식과 함께 걱정마라는 전문가의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회복실이었다. 위아래 이빨이 부딪힐 정도로 덜덜 떨리며 추위를 느꼈고 간호사를 불러 춥다고 말한 뒤 바로 입원실로 옮겨졌다. 옆 병상 아주머니가 오자마자 말을 하면서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나도 나오니 생각보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배를 째고 장기를 건드리지 않아서 그런가 수술 후 2박 3일 만에 퇴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통도 없었고 걸어 다니는 것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호흡을 일부러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호흡을 3분마다 6시간 동안 해야 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폐렴이 올 수 있다는 말에 수술 후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고 3분마다 계속 호흡만 했다.
수술이 제일 늦게 끝나는 바람에 교수님을 만나 뵙지 못했다. 옆에 아주머니는 림프절 전이가 없다는데 난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다음날 레지던트 의사로부터 림프절 전이는 없다는 소식은 들었고 오후에 오신 교수님께서는 14일 뒤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니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2주라는 시간 동안 기다림을 계속하며 나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운동과 식단 조절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며 그 결과는 운명에 맡겨야겠지. 하지만 지금 또다시 기대라는 것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가장 성질이 약하다는 호르몬 양성이기를~ 하는 기대... 기대가 있으면 실망도 크고 마음의 상처도 큰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지만 여전히 나는 기대를 놓지 못하나 보다. 2주 동안의 기다림의 시간 잘 보내보자고 스스로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