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엥>
메콩강의 붉은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라오스는 뉴욕 타임지에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꼽히면서 자연속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게 되었다.
뜨거운 태양이 삶아 논 버기카는 잘 익은 가제를 닮았다.
엔진에 키를 꽂자 오수를 즐기던 가제가 화들짝 놀라 날카로운 촉수로 여행객을 맞았다.
풀잎은 자음을 쓰고 바람이 모음을 쓰자 신록이 첩첩 산중을 문단처럼 나열했다.
크락션 소리 대신 가끔씩 우는 산비둘기 소리가 오프로드 계기판에 속도 방지턱을 놓아주자, 하늘 끝까지 이어질 듯한 구불구불한 산길은 자연과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계 바늘이 관절 앓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새 털 구름을 이고 있는 저 집엔 나무꾼과 선녀가 아기 3명을 낳고 알콩달콩 살고 있지 않을까?
담장이 낮은 돌집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옹기종기 모여 살지 않을까?
동아줄처럼 엮인 까만 맹글로브 나무 뿌리가 라푼젤 머리카락???
원주민들이 지나가며 흔드는 손이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기억에 수신호를 보냈다.
반바지를 입은 허벅지가 벌겋게 타고 요철과 물웅덩이가 앞다퉈 선보이자 버기카의 숨소리가 멈추고 보석 같은 에머랄드빛 물결이 안구를 점령했다
티비를 통해서만 보았던 블루 라군의 아름다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나무 그네를 타는 사람들
7미터 높이에서 다이빙 하는 사람들
니모를 닮은 리틀 포세이돈
내 등에 가렀던 지느러미가 에머랄드빛 물속에서 열대어처럼 유영했다.
<루앙프라방>
무릎으로 어둠을 밀어 뽀얀 새벽빛이 스밀 때
한 줌의 밥을 나누는 순수한 눈빛의 사람들
붉은 장삼에 가사를 두른 까까머리 동승 한무리 줄지어 간다
종을 흔들고 발우를 품은 맨발들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망울
어린 송아지떼가 줄지어 길을 건넌다
긴긴 순례가 끝나도 탁발은 끝이 아니었네
받은 것을 다시 나누며 하루치 이상의 것을 지니지 않는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탁발
전생(前生) 같기도 하고 내생(來生) 같기도한
발우를 품은 맨발의 어린 내가 종종 걸음을 한다
곽효환 <맨발의 탁발>, 탁발 <윤준경>
하루치 이상의 것을 지닌 나는 성스러운 이 나눔에 감탄만 하고,
문명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제공될 호텔조식 메뉴를 생각하며 합장한 두 손에 사리사욕을 숨긴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