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때마다 무언의 빚처럼 느껴져 목넘김이 불편하다
물에 대한 갈증은 단순히 목마름을 넘어선다.
그것은 도시의 생명줄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고,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의 균열이다.
며칠 전, 강릉시가 2단계 제한급수 조치를 시행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수도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공중화장실 47곳이 폐쇄되었으며, 학교에서는 생수를 나눠주는 비상 체제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108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니. 숫자보다 더 무거운 것은 그 말에 담긴 절박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물이 넘쳐나는 공간이었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지고, 아낙들은 물줄기를 틀어놓은 채 해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양치질을 하며 물장단을 맞추고, 하수구는 하얀 포말을 마구 삼켜댔다.
온탕의 물은 종일 철철 흘러 넘쳤고, 냉탕에서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여사님이 물을 퍼내며 웃고 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끊임없이 물을 뿌려댔고, 입술이 퍼런 꼬마들은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이곳에서 190Km 떨어진 강릉에서는 물 한 모금이 귀한데, 여기는 물이 넘쳐흘렀다.
그 거리감이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누군가의 몫까지 마셔버리는 것 같았다.
컵을 들어 물을 마실 때마다 물이 목을 적시기 전에, 죄책감이 먼저 가슴을 적셨다.
그러나 그 생명이 넘쳐날 때,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잊는다.
사우나의 풍경은 나에게 물의 가치와,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그것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거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샤워기의 물줄기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틀었고, 컵에 담긴 물을 마시기 전, 잠시 멈춰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갈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투른 詩 한편으로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