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제도 물었지 혹시 다른 여자 생겼냐고?
네가 이제 싫어졌다고 말할 걸
아니 다른 여자 생겼다고 말할 걸 그랬어
4월은 꽃향기로 만발한데 나는 더 이상 너의 목소리도 듣기 싫어
이젠 사랑타령도 지긋지긋하다구
우린 너무 오래만났으니 이젠 헤어지자
도서관 가는 길 신발에 걸린 돌멩이를 걷어찼다
나는 몇 년째 겨울인데 너는 왜 봄이니?
수없이 차여도 넌 왜 멀쩡하니?
흔들리는 바람에도 너는 왜 침묵하니?
오전 8시
도서관 칸막이 자리가 벌써 매진이라니
염병할~
맞은편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는 츄리닝 바지<박문각> 아저씨가 다리를 떨 때 퍼지는 진동이 신경을 날카롭게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단발머리 <에듀웰> 샴프 냄새가 숨겨진 퍼즐의 정답처럼 희망 고문이다
다시, 봄이라니
계절을 반복해서 쓰고 지우다 행간에 걸친 문장들을 솎아내며 그동안 겁 없이 써 내려간 이야기는 모두 쓰레기였다
검정 바탕에 검정 글씨, 하얀 바탕에 하얀 글씨들이 몇 년째 도서관 책상에 달라붙어 있잖아
그래서 이젠 봄이 미워졌어
나도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고, 곧 마흔인데
그 전에 뭐라도 끝낼 수 있을까?
아니 우린 굳이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걸까?.
오직 봄에 관한 이야기만 하려는 것도 아닌데
너는 오늘도 물었지?
다른 여자 생겼냐고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나는 너 하나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