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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Feb 04. 2023

투정

너는 어제도 물었지 혹시 다른 여자 생겼냐고?

네가 이제 싫어졌다고 말할 걸

아니 다른 여자 생겼다고 말할 걸 그랬어

4월은 꽃향기로 만발한데 나는 더 이상 너의 목소리도 듣기 싫어

이젠 사랑타령도 지긋지긋하다구

우린 너무 오래만났으니 이젠 헤어지자


도서관 가는 길 신발에 걸린 돌멩이를 걷어찼다

나는 몇 년째 겨울인데 너는 왜 봄이니?

수없이 차여도 넌 왜 멀쩡하니?

흔들리는 바람에도 너는 왜 침묵하니?  


오전 8시

도서관 칸막이 자리가 벌써 매진이라니

염병할~


맞은편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는 츄리닝 바지<박문각> 아저씨가 다리를 떨 때 퍼지는 진동이 신경을 날카롭게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단발머리 <에듀웰> 샴프 냄새가 숨겨진 퍼즐의 정답처럼 희망 고문이다


다시, 봄이라니

계절을 반복해서 쓰고 지우다 행간에 걸친 문장들을 솎아내며 그동안 겁 없이 써 내려간 이야기는 모두 쓰레기였다

검정 바탕에 검정 글씨, 하얀 바탕에 하얀 글씨들이 몇 년째 도서관 책상에 달라붙어 있잖아

그래서 이젠 봄이 미워졌어

나도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고, 곧 마흔인데

그 전에 뭐라도 끝낼 수 있을까?

아니 우린 굳이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걸까?.

오직 봄에 관한 이야기만 하려는 것도 아닌데


너는 오늘도 물었지?

다른 여자 생겼냐고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나는 너 하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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