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잠들어 있는 이 축복받은 새벽, 홀로 깨어나 하루를 연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맑고 상쾌한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한 곳으로까지 밀려들어온다. 약간의 어지럼증도 함께 동반하는 것은, 오염된 가슴 안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정화된 새벽 공기 때문이리라. 이 소중한 시간을 혼자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더 없는 축복임을 깨달으며 창가로 향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한껏 기지개를 켠다. 검푸른 하늘을 향해 가슴을 있는 대로 열어본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새벽 별들이 맑은 공기를 따라 차르르 차르르 창문턱까지 달려와서 웃음들을 쏟아붓는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조용한 새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음을 편안해주는 향기가 돋아난다. 새벽만이 지니고 있는 그 독특한 향내가 행복한 하루를 예고해주고 있다.
조금 지나면 부산스럽게 피어날 가족들의 재잘거림 들도 집안 가득 조용히 내려앉아 있는 시간, 이따금씩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삶의 바퀴를 이어주고 있다.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모든 생명들이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는 기쁨들을 안은 채 태어나 있다. 따뜻한 대지를 타고 올라오는 햇살의 속삭임도 들려온다.
혼자서 먼저 하루를 연다는 것은 반짝이는 기쁨이다. 가슴 벅찬 행복이다. 아무도 없지만 모든 삶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만 같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속삭임들이 내 귀를 향해 몰려오는 것 같다.
귀를 기울이고 맑은 공기를 가로지르며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는다. 내일을 약속하며 손 흔드는 새벽 별들의 작별 인사 소리가 들리고, 밤새 잠자던 느티나무 잎새의 기지개 켜는 움직임도 피어오른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달려 나오는 부산함도 뒤따라올 것이다.
신문배달 소년의 희망을 실은 자전거 페달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고, 손수레 위에 가득 실린 우유배달 아주머니의 꿈도 뒤따라 나올 것이다. 하루를 여닫고 난 찌꺼기들을 말끔히 치워주고 또 다른 새로움 속에서 하루를 돋아나게 해주는 환경미화원들의 따뜻한 마음들도 새벽 거리를 뛰어다닐 것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하루를 열 수 있도록 땀 흘리는 사람들.
그들은 행복의 전령사들이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희망의 소리이다. 온종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전하는 청량제이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를 사람들은 깨닫지 못 한 채 살아간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자신들의 소임만 다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새벽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깨어 있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그들이 있어 새벽은 더욱 맑아지고, 더 많은 희망이 샘솟고 눈부신 하루가 약속된다. 그들은 위대하지도 않고, 부자도 아니고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난하고 그리고 나약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위대하고 돈 많고 힘이 넘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 같은 존재들이다. 하루의 눈을 뜨게 해 주는 소식을 전해주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음식을 주고 온종일 쏟아낸 찌꺼기들을 말끔히 청소해주며 끊임없는 행복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눈부신 아침을 가슴 벅차도록 껴안을 수가 있고, 행복한 하루를 예고받을 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각에, 묵묵히 홀로 새벽을 여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눈부신 하루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어슴푸레 져 올 동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본다. 내 마음이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본다.
동해바다 푸른 파도 자락을 타고 태어났기에 늘 바다가 그리운 나는 새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검푸른 동해의 새벽 바다를 차고 용트림하며 솟아오르는 일출의 정기가 내 몸속에 가득 차 있음을 이 새벽이면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슴속에서 차고 오르는 불덩어리들이 새벽하늘을 향해 내달리는 것도 볼 수가 있다. 보름달만 뜨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처절한 울부짖음 같은 것.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마저 잠들어버린 이 시간, 오늘은 나도 새벽을 여는 한 사람이 되어 설레는 창가로 달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