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임 Jun 16. 2022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월은 더도 덜도 빼지 않고 딱 그만큼의 흔적을 나의 얼굴에

 여권 만료일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미리 갱신을 하려고 온라인으로 기본 인적사항 기입하고 사진 파일도 올렸는데 신청서가 반려되었다. 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만 가능하다는 친절한 메시지가 떴다. 사진 파일 기록에 찍은 년도와 날일까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어쩔 수 없이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 받아본 사진은 충격이었다. 기본 보정을 한 사진인데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얼굴에 나이 먹은 티가 연연했다. 불과 몇 년 전에 찍은 증명사진과 비교해보니 한숨만 나왔다. 세월은 더도 덜도 빼지 않고 딱 그만큼의 흔적을 나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겼다. 야속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의학의 발달과 기능성 화장품이 범람해도 노화의 자국을 지울 수는 없다. 머릿속으로는 받아들이자 하면서도 쉽지 않다. 이번처럼 오랜만에 찍은 명함 사진의 충격처럼 말이다. 십여 년 전, 나의 여권과 애들 것을 함께 만들었다. 중학생이던 애들이 지금은 성년이 되어 이십 대 중반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하고 변했는데, 엄마인 내가 철없이 나이 듦을 속상해했다. 나이와 별개로 동안으로 있고 싶었나 보다. 친정어머니는 안 아프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침이 마르도록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딸들이 사주는 안티에이징 영양크림을 꼭 챙기신다. 신은 여자를 욕심쟁이로 만들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건강과 미를 붙잡도록 만든 것이 분명하다.  

   

 신분증을 제시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대충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어디였는지 기억이 흐릿하나, 사진 속의 나와 실체의 나를 비교당한 적이 있다. 매년 갱신하는 신분증이 아니다 보니, 사진의 연식이 좀 되었다고 이런 액션을 취하다니 당혹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그리도 변했단 말인가.     

 친정에서 책장정리를 하다가 먼지 쌓인 앨범을 꺼내 펼쳤다. 오랜만에 보는 사진들로 어색하면서도 반가웠다. 엄마는 옆에서 연신 “아이고, 이때만 해도 내가 날아다녔네. 아니고 요때는 내가 젊었네.” 계속 ‘아이고’ 감탄사만 쏟으셨다. 사진 속의 나는 여고생이다. 촌스럽지만 풋풋하다. 나의 아이들이 사진 속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지금, 여고생 소녀는 사진 속의 엄마보다 나이가 더 먹어 버렸다. “엄마는 다시 돌아간다면 몇 살로 되돌아가고 싶어?” 물으니 엄마는 대답 없이 웃으신다. 이 얄궂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엄마는 나를, 나는 딸을 키웠다. 언젠가는 나의 딸도 자녀를 키울 것이다. 시간을 담보로 해서 얻는 것이 있으니 억울하지 말아야겠다.     

 십 년 후 다시 여권 갱신을 위해 사진을 찍으면 또 충격받겠지. 이번에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그리워할 것이다.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을 아낌없이 사랑해줘야겠다. 나의 엄마는 몇 살의 나이가 제일 그리우실까. 재차 물었지만 끝끝내 대답을 아끼셨다. 그냥 웃기만 하셨다. 

작가의 이전글 딸을 만나러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