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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임 Feb 05. 2023

백반정식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더니, 식당도 그러하다는 것을 배웠다.

 우포늪을 보기 위해 창녕에 갔다. 마침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터라 식사를 먼저 하고 이동하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 끼니를 해결할 식당을 고르는 것은 골라 먹는 재미와는 별개로 신중을 요한다.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맛집 검색에 서툴다.   

  

 대도시와는 달리 지방의 시외버스터미널 주위는 한적하다 못해 썰렁했다. 마땅한 식당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단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리저리 걷다가 기사식당 같은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김치찌개를 비롯하여 서너 가지 단출한 메뉴뿐이었다. 아주머니 혼자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셨다. 점심 피크타임을 분주하게 치렀는지 치우지 못한 테이블 모퉁이에 우린 자리를 잡았다.

“재료가 다 떨어져서 비빔밥만 가능합니다.” 

맵싸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이 비빔밥을 주문했다. 

“반찬은 셀프니까 미리 챙겨 가세요.”

추가 반찬이 아닌 첫 반찬부터 셀프라고 하신다. 쟁반을 들고 반찬을 담으러 간 나는 놀랐다. 생각보다 반찬 수가 많았으며 정성이 있어 보였다. 반찬 욕심이 많은 나는 비빔밥을 먹는다는 걸 잊고 열심히 담았다. 배고픔도 있었지만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면 마치 횡재한 기분이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이다.      


 창녕군 투어를 하고 다음날 다시 버스터미널에 당도했다. 어제 들렸던 식당은 문이 잠겨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오다가 바로 옆의 조그마한 식당을 발견했다. 출입문 입구가 허름하고 내부도 어두컴컴해 썩 내키지 않았다.

“우리 딸 이름이랑 같다.” 

친구가 식당 간판을 가리켰다. 나는 친구의 말을 무심히 흘리며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데 친구가 나를 붙잡았다.

“손님이 없는 거 같은데 우리라도 팔아주자.”

딸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미소 짓는 친구의 모습에 나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테이블 달랑 두 개 놓인 백반집이다. 심지어 메뉴는 고작 하나다.

가정식 백반 6000원

일단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한 끼 식비로 가성비가 갑이다. 몇 가지 반찬과 시원한 미역국에 구운 생선까지 있다.

“밥이랑 국이랑 드시고 더 드세요.” 

주인아주머니께서 조미김 한 봉지를 서비스로 주시면서 말을 던지고 급히 주방으로 가셨다. 미역국 한 숟가락 맛보는 순간 뜨악했다. 이 집이 맛집이네. 간이 삼삼한 반찬들도 입에 다 맞아서 우린 모든 그릇을 클리어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을 한 그릇 먹은 기분이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에 손님들이 들이찼고, 우리가 몰랐던 다락방 같은 2층으로 단골손님들은 알아서 올라갔다.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더니, 식당도 그러하다는 것을 배웠다. 허술한 식당 외관에 발길을 돌렸으면 후회할 뻔했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심에 보너스 점수를 더해서 10점 만점을 주고 싶다. 배고픈 여행자에게 후한 밥상을 내어주시는 이런 식당이 오래도록 영업하면 좋겠다.   

  

 다음 여행길에 또 창녕을 들리면 다시 방문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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