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사의 마음속에는 벌써 봄이 왔다.
민여사는 오늘도 경로당에 출근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아 로션을 바른다. 선크림까지 꼼꼼히 바르면서 한숨을 쉰다.
“주름이 가득해서 거울 보기가 싫네.”
처녀 적에 몇 개 마을 합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민여사는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 딸들이 사다 주는 최신 유행 화장품을 좋아하고, 대중목욕탕에서는 요플레, 우유 세안을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노래 교실과, 아쿠아 에러로빅으로 취미 생활도 했다. 장기화된 코로나로 무료하던 차에 재미난 것이 하나 생겼다.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트롯 오디션 방송 보는 재미에 민여사 밤잠을 설친다. 평소에는 저녁 8시부터 취침준비 하는데, 트롯 방송이 있는 날은 새벽 1시까지 말똥말똥하다.
“할머니들 잠도 못 자게 하필 늦은 시간에 방송을 하지?” 내가 옆에서 한 소리 거들면
“요즘 이거 보는 재미로 산다.” 연신 방긋 웃으신다.
“아이고, 어쩜 저리도 잘 생겼노.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이제는 젊은 가수들이 나와야 한다. 주름 자글한 나이 많은 가수들은 안 나와도 된다.” 엄마의 예상 밖의 말에 나는 배꼽 잡고 웃었다.
“나만 그런 거 아니다. 우리 경로당 할매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
민여사가 찜한 가수에게 인기투표 문자를 나더러 대신 보내 달라고 했다. 어떤 가수인가 봤더니 선한 얼굴의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고 노래도 곧잘 했다. 나도 고등학생일 때 좋아하는 가수 테이프 사서 열심히 듣고, 연예인 인물사진의 책받침도 들고 다녔다.
잘 나가는 트롯 유명가수 콘서트 티켓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작년에 시도도 못 해보고 매진되어 미안했었다. 민여사는 유튜브까지 섭렵하여 애창곡을 틀어놓고 감상한다.
민여사의 마음속에는 벌써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