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에서 살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꽤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오랫동안 대기줄에서 기다려야 하고 시스템 절차도 한국보다 복잡하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은행에 가는데 어떤 날은 기다리다가 시간만 잡아먹고 허탕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월급을 모아뒀다가 일 년에 한 번 정도 은행을 방문하여 한국으로 송금하곤 한다.
며칠 전, 근 일 년 만에 은행을 갔다. 오전 수업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갔지만 역시나 줄이 엄청났다. 점심을 못 먹게 되더라도 업무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다란 줄 끄트머리에 섰다. 잠시 뒤 청원경찰이 “한국인이세요?” 하더니 2층으로 올라가서 업무를 보라고 안내했다.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간 나는 뜨악했다. VIP 창구 부스들, 편안한 소파 의자, 다과를 마실 수 있는 응접실.
기다림의 지체도 없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미소 짓는 창구 직원을 대면하면서 호사를 누렸다. 업무를 빨리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은행 옆 식당에서 점심까지 먹었다. 한국이었으면 VIP실 근처에도 못 가는데 동티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런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부자에 대한 동경이나 욕심이 없었는데, 왜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그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조금 되었다. 몇 년 전에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는데 주차 직원이 하염없이 지하 맨 아래층으로 유도했다. 주차장이 만석인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내려가라고 하느냐고 물으니, 지하 1,2층은 VIP용이란다. 백화점에 가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나도 이곳에 돈 쓰러 온 사람 이에요. 나도 우리 집에서는 귀한 사람이라고요.’
Very important person
사회의 잣대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나는 위와 같은 명찰을 나에게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