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기숙사가 있는 마르코니에서 예수상이 있는 크리스토레이까지 걸으려고 간단히 준비를 해서 나왔다. 이번 길이 세 번째이다. 해안선을 따라 평지를 쭉 걷는 코스라서 지난번에도 힘들지는 않았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걷는 길이다 보니 서둘러 출발했건만 벌써 해가 눈부시다.
주말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노점상들은 가판을 펼치려고 준비하고, 어부들은 새벽에 수확한 생선들을 손질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고 선착장 앞에도 붐볐다. 공원 벤치에 드러누워 자는 노숙자도 눈에 띄었다. 로컬 과일 재래시장 앞을 지나쳤다. 상점마다 과일들로 풍성했다.
혼자 걷는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동네 꼬마들이 인사를 했다. “ 본디아 ”
나도 환하게 웃으며 “ 본디아 ”
두 시간 삼십 여분 만에 크리스토레이 도착. 앞전 보다 삼십 분 단축되었다. 내가 이곳에 오면 필수 코스가 있다. 코코넛 한 통 마시기. 땀으로 노폐물을 빼고, 보충하듯 코코넛을 마시면 몸이 리셋되는 느낌이다. 이곳은 노점상들로만 상권이 형성된 지역인데 2층짜리 카페가 생겼다. 아이스 롱블랙 한 잔 마시면서 2층 테라스에서 잔잔한 바다를 보며 쉼을 가졌다.
나는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신기하게도 내 몸속에서 배출되는 땀처럼 내 맘속의 희로애락도 정리가 된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희미해지고 긍정적인 호르몬으로 채워진다. 이게 치유의 한 방법 같다. 파도도 없는 조용한 아침 바다는 다정스럽다. 얇은 물속에서 무얼 잡는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동티에 온 지 3년 차. 단순한 일상 속에서 나는 매 순간 방황을 하곤 한다.
나는 어디를 보고 가고 있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돌아오는 길에 로컬버스를 탔다. 운전기사가 요금이 1불이라고 요구했다.
“나 버스 여러 번 타봤어. 요금 25센트인 거 알아.” 내가 대꾸하자
기사가 웃으며 농담이었다면서 둘러쳤다. 나도 괜찮아하면서 받아줬다. 이러면서 나도 서서히 이곳에 젖어드나 보다. 근래 딜리 시내는 도로 공사로 인해 먼지가 많고 길이 울퉁불퉁이다. 천장이 유독 낮은 버스 안에서 머리를 몇 차례 천장과 박치기하고 나서야 하차했다. 간단히 근방에서 점심을 먹고 나는 또 걸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기숙사에 도착했다.
온몸이 뻐근했지만 마음만은 솜털처럼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