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가정의 평화는 책임과 용서에서 시작된다)
늦은 밤, 거실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가 보니, 딸과 아들이 컵라면 문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딸아이는 동생 방에서 컵라면을 먹고 정리도 하지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들은 컵라면 용기와 물 컵을 누나 방 앞에 그대로 놓아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다 그 컵라면 국물을 발로 차기라도 했다면
말 그대로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불러놓고 한참을 타이르고, 또 혼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 또한 작은 다툼 속에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1. 맡겨진 역할을 잘하는 것, 그것이 평화의 시작입니다.
딸은 먹은 컵라면을 정리하지 않았고, 그 작은 무책임이 갈등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아들 또한 이해하고 말로 표현하기보단, 감정적인 대응을 택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는 부모의 책임을, 자녀는 자녀의 몫을 다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가정을 경제적, 물리적으로 지탱하고
어머니는 가족들의 건강과 안정을 살피며
자녀들은 학업에 힘쓰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가정은 평온하고, 갈등은 줄어듭니다.
이 역할들이 자연스럽게 지켜질 때, 가정은 기울지 않고 평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균형이 무너질 때 시작됩니다.
그 무너짐은 언제나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컵라면 하나처럼.
2. 사랑은 실수를 덮을 수 있습니다.
아들도 충분히 화가 날 수 있었겠지만, 누나의 실수를 사랑의 마음으로 품었다면
싸움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실망을 줍니다.
그렇기에 상대의 실수를 사랑으로 덮어줄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실수보다 더 큰 힘은 그 실수를 감싸는 따뜻한 용서의 마음입니다.
지금, 내게 맡겨진 일을 잘 감당하고 있나요?
그리고 타인의 실수를 너그럽게 품고 있나요?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모든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두 가지를 동시에 마주합니다.
책임과 용서.
그 균형을 잘 지킬 때, 비로소 진짜 평화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