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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전기인의 생각 (41. 피해자? 가해자!)

(41. 피해자? 가해자!)

by 종구라기

깊은 밤, 강도가 칼을 들고 가정집에 침입했습니다.

그는 고요히 잠든 막내딸을 겁탈하고, 끝내 목숨까지 빼앗았습니다.

비명에 깬 가족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참혹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집의 가장은 무술로 단련된 경찰관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강도를 제압했습니다.

도망갈 틈도 없이, 강도는 실신 직전까지 얻어맞고 쓰러졌습니다.

남의 귀한 딸을 겁탈하고 죽인 그 강도는 나쁜 강도, 즉 악한 가해자입니까?

아니면 실신토록 맞았기에 선한 피해자입니까?


강도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쁜 의도를 가진 강도로 인하여 사건이 발생하였고, 실제로 남의 귀한 딸을 죽인 장본인이기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입니다.


오늘날 일본의 태도를 보면, 이 강도가 떠오릅니다.

아시아 각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면서,

스스로는 원자폭탄을 맞은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신이 겪은 고통만을 강조합니다.

과연 그들은 진정한 피해자일까요,

아니면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일까요?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람은 말보다는 침묵하고,

변명보다는 행동으로 책임을 집니다.

정말 인간이라면,

진짜 피해자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묻습니다.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스스로 “이제는 괜찮다”라고 착각한 적은 없었을까요?

용서는 가해자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아주는 순간에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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