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첫 현장 이야기]
3-3. 설계변경은 여관에서
시공사인 전기 소장 또는 정보통신 소장은 도면대로 시공을 하고 준공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도면대로 시공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장 여건상 도면과 다르게 시공을 해야 하는 경우, 설계도면 간 상호 오류, 자재와 시공 방법 등의 개선, 발주 시점과 시공 시점에 1~2년 정도의 차이가 있어 관련 법이 바뀐 경우, 사업승인 조건 등 인허가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물가가 많이 올라 물가연동제를 통하여 수급업체에 일부 반영해 주는 경우 등, 설계변경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당시 설계변경 업무는 사무실 인근의 여관방을 잡아 현장대리인과 감독원이 함께 며칠간 작업을 하였고, 결재를 하시는 차장님은 한 번씩 여관방에 들리셔서 독려를 하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현장은 일은 하지 않고 쉬게 되므로, 소장님께서 감독들에게 숙직실로 모이라 하여 비 오는 내내 ‘훌라 게임’을 하였습니다. 어떤 때에는 며칠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계속 게임을 하여 일부 아내들에게 원망도 들었습니다. 또 타지에서 온 신입 감독들은 현장 숙직실에서 퇴근 후 잠을 자야 하는데 선배들이 밤새 게임을 하여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피해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악덕 하도급 업체들이 근로자 노임을 체불하고 떼어먹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발주처인 우리는 수급업체에게 기성을 통하여 공사비를 지급하고, 수급업체는 다시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합니다. 하도급업체가 영세하여 노임을 체불하였고, 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술을 먹고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서 유리창을 부수고 돈을 달라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 명절 즈음에는 재건단과 마을 주민들이 현장 사무실에 찾아와 원활하게 공사 진행을 하려면 기부금을 강요하여 반강제로 기부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공정성과 안전이 강조되고, 설계변경도 체계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도면 위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비 오는 날 숙직실에서 울고 웃던 젊은 날들, 여관방에서 밤새 설계변경 작업을 하던 추억들,
그리고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들려오던 근로자의 절박한 외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