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기인 이야기 - 6

[3. 첫 현장 이야기]

by 종구라기

3-4. 50미터 굴뚝에 오른 이유?


그 시절, 아파트 난방은 벙커 C유를 사용하는 중앙난방 방식이었습니다.

넓은 보일러실 한가운데 거대한 보일러가 놓여 있었고,

거기서 뻗어 나간 배관을 통해 각 세대에 따뜻함이 전달되었습니다.

배출 가스는 50미터나 되는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 굴뚝은 안전장치라고는 계단 난간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위험’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끼는 구조물이었죠.

굴뚝 상단에는 낙뢰를 막기 위한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었고,

전기 감독인 저는 그 피뢰침 시공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아찔한 높이, 거센 바람,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금속 계단.

그때 기계 감독 선배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심 감독, 무서워서 굴뚝에 못 올라가겠지?”

장난 섞인 말이었지만 제 안에 있던 ‘객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군 제대 후 쇠라도 씹어 먹을 것 같던 젊은 날,

‘그깟 굴뚝, 내가 못 올라가겠냐’ 하는 마음으로

철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랐습니다.


굴뚝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두려움 반, 성취감 반이었습니다.

숨을 가다듬고 피뢰침 시공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뒤,

마침내 내려왔을 때 선배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대단한데? 너, 믿음직하다.”

그 짧은 한마디가 제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어떤 일이 닥쳐와도 ‘그깟 굴뚝도 올라갔는데’라는 마음으로

두려움 대신 용기로 마주했습니다.


우리 현장 옆에는 조그만 보육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소장님은 신실한 크리스천이셨는데 어느 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저 아이들 도와보면 어떨까?”

그 말에 우리는 매달 월급에서 1~2만 원씩 모았습니다.

적은 돈이었지만, 그 마음으로 학용품을 사고, 과일과 과자를 사서 아이들을 찾아갔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에 비친 순수함, 작은 선물 하나에도 웃음 짓던 얼굴,

그 모든 장면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수급업체와 함께 헌혈도 하고, 이웃 돕기도 하며

조금씩 ‘사랑의 실천’을 이어갔습니다.


돌아보면,

젊은 날의 객기와 어설픈 용기가 한 사람의 마음을 얻었고,

작은 실천이 따뜻한 사랑이 되었습니다.

50미터 굴뚝 위에서 얻은 용기,

그리고 보육원 아이들로부터 배운 나눔.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어디서든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시선을 제 안에 심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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